글로벌 악재 겹치면서 국내 밀가루 가격 폭등
등골 휘는 자영업자…서민 장바구니 부담도 늘어
정부, 밀가루 가격 안정화에 첫 국고 투입
현장선 "유통 단계 가격 변화가 더 중요"

지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구매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구매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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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최근 밀 생산국의 잇따른 가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밀가루의 원료인 소맥 수입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숫집, 분식집 등 자영업자의 주요 식자재인데다, 빵·과자 등 '서민 먹거리' 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민생 경제에도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밀가루를 가공하는 제분업계에 첫 국고 지원까지 감행하면서 밀가루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중력다목적용 곰표 밀가루 1kg의 평균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1610원으로, 전년(1357원) 대비 18.6% 증가했다. 만두, 국수, 부침류 등에 쓰이는 백설 찰밀가루(1kg) 가격은 지난 1월 2290원부터 이달 2546원으로 4개월 만에 11.2% 상승했다.

밀가루의 원료인 소맥 수입 가격 폭등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소맥 1t당 가격은 458.38달러(약 57만3000원)로 전년 대비 무려 76% 폭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도매가로 전이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개월 뒤에는 지금보다 밀가루 가격이 훨씬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밀가루 가격 폭등 사태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미 밀 생산국인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은 이상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올해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유럽의 빵바구니'라고 불렸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항구가 봉쇄돼 곡물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곡창지대 루한스크주의 밀 수확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곡창지대 루한스크주의 밀 수확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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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가격 변동에 민감한 빵집, 분식집, 식당 등 소상공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디저트 가게를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쓴 글에서 "20kg 포대당 2만7000원 하던 강력분이 요즘 3만5000원까지 올랐다. 충격이더라"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주는 "호떡을 개당 1500원에 팔고 있는데, 이제는 이걸로도 재룟값을 감당할 수가 없다.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라며 "사장님들, 대량으로 (밀가루를) 구매하면 조금이라도 싼 업체를 알아보고 있는데 알려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라면, 국수, 과자 등 밀가루를 주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라면 가격은 전년 대비 8.9% 올랐고, 자장면은 9.4% 상승했다. 각종 과자류는 브랜드에 따라 6~16% 인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제분업계에 국고를 지원해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책까지 내놨다.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62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의결되면서, 2조2000억원의 민생·물가 안정 지원 사업이 확정했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빵집, 분식집, 식당 등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밀가루 가격 상승은 빵집, 분식집, 식당 등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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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원 사업에 포함된 '밀가루 안정 사업'은 소맥을 가공해 밀가루로 만들어 소상공인, 식품 기업 등에 납품하는 제분업계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총 546억원이 투입되며, 이 금액으로 올해 하반기 밀가루 가격 인상분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20%는 생산 기업이 담당한다. 소비자는 전체 가격 인상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인천 한 제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 하반기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정부가 보전하는 지원 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제분업계 부담 완화 방안도 검토할테니 업계도 민생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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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A 밀가루 유통기업 관계자는 "재작년 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정부가 쌀가루 재고를 풀어 물가를 조금 완화시킨 적이 있었다"며 "이번 정책이 그 때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원책은 제분기업이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구조"라며 "이 정책으로 납품 단가가 저렴해지면 의미 있는 정책이겠지만 유통 단계에선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지 불확실하다. 유통 현장에서 물가 완화를 체감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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