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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다이어리①] 비정상 취급을 당하더라도…술 끊었습니다

최종수정 2022.05.29 17:01 기사입력 2022.05.29 09:00

인간관계 쌓겠다며…매주 3회 이상 마시던 술
야금야금 갉아먹는 건강과 기억력, 시간
'절주' 말고 '금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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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네가 술을 끊는다고?”


지난 20일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용기를 내며 술을 끊는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박장대소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곧장 ‘비정상’ 취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진지하게 술을 끊는다고 재차 말하자 주변서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래 지키지 못할 약속 그만 하고 술을 마시자”는 장난스러운 반응도 중간중간 있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대체 왜?’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술은 인간관계를 다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술을 통한 인간관계 만들기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됩니다. 술자리에 자주 가는 대학교 친구들에게 사람들은 '마당발'이라 불렀습니다. 취업하자 술은 더더욱 중요한 존재로 취급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시는 소위 '주당'들에게 인간관계를 넘어 업무능력까지도 좋다고 칭찬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저 역시 취업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사람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이 같은 생활을 2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금주 선언을 못 믿는 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금주한다는 말에 다들 장난스러운 반응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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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환경에서 술을 끊는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더 나아가 업무의 포기로도 사람들은 인식했습니다. 술을 끊는다는 말에 어떤 사람은 “심심해지겠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기자인데 사람 만나기 어려워지지 않나요?”라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금주는 곧 인간관계 포기'라고 하지만…지켜야 할 건강과 기억, 그리고 소중한 시간

하지만 술에 있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먼저 체력 문제입니다. 과거 지방간을 판정 받은 적 있던 저는 계속되는 음주에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일 일이 생기면 금방 졸리고 집중력이 흐트러졌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술을 마셨습니다. 아무리 힘든 하루여도 막상 술을 마시면 피곤함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이 들지 않을 때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면 숙면에 드는 듯 했습니다.

두 번째는 기억력 문제입니다. 최근 들어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끊기면 대화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음주를 즐기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이처럼 음주와 기억력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술은 기억세포를 파괴하고 뇌혈관을 손상시켜 기억에 쓰이는 에너지 공급을 방해합니다. 음주가 꾸준하게 이어지면 건망증이 알코올성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검사를 해보니 고위험 음주군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알코올 의존증이 나오지 않아 안심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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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는 ‘고위험 음주군’에 속해 있습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검사(AUDIT-K)를 실시해보니 19점으로 알코올 중독 전 단계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미 신체적 건강 이상이나 행동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AUDIT-K에서 남성 기준 0~9점은 정상 음주, 10~19점은 위험 음주, 20점 이상은 알코올 의존 단계로 구분됩니다. 여성은 0~5점 정상 음주, 6~9점 위험 음주, 10점 이상이 알코올 의존 단계입니다.


※AUDIT-K 검사를 해보려면? 통영시 보건소를 활용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술을 마시는 데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 술을 마실 때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 4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술을 마셨기에 일주일 동안 12시간을 낭비한 셈입니다. 이를 1년으로 넓혀서 보면 총 624시간을 술 마시는 데 쓰고 있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매년 이런 생활이 이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시간 동안 독서, 산책, 운동, 영화 관람 등을 했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역시 담배만큼 해롭습니다. 단순히 간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넘어 기억을 잃고 몸을 다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연’이란 말은 없고 ‘금연’이란 단어만 있는 담배와 달리 술을 마시는 사람 사이엔 ‘절주’란 말이 주로 쓰이더군요. 앞으로 절주가 아닌 ‘금주’를 하며 생기는 저를 비롯한 사회의 작은 변화를 기록하려 합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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