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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검수완박’과 한동훈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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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


“사실상 74년 이어져온 사법시스템의 골간을 바꾸는 개헌 수준의 입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졌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이라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내용과 법 개정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9월 10일부터 시행될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2가지로 한정했다. 검사는 지난해 1월부터 6대 범죄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는데, 바뀐 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등 4가지를 수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는 기소할 수 없게 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위반’·‘인권침해’·‘수사권 남용’·‘위법한 체포·구속’이 문제됐거나,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해 검찰로 송치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수사를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대폭 제한했다. 수사 도중 다른 범죄 혐의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는 얘기다. 고발인은 아예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미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했고, 99%의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준 것도 모자라 민주당은 검찰을 수사기관이 아닌 기소청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실제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사실이 아니다.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라는 말처럼 수사는 종종 수술에 비유되는데, 검찰을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한 사건의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바꾸려는 야당의 시도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사에게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말고, 간호사 혹은 다른 의사가 작성한 진료차트만 보고 수술하라는 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환자를 수술하는 집도의가 당연히 환자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정확한 수술 부위와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것처럼,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도 당연히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수사·기소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 후보자는 오히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정치적인 사건에서 검찰 수뇌부가 수사 검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소 검사를 골라 얼마든지 사건을 마음대로 말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못 하게 된 수사를 모두 떠맡아야 할 경찰이 아직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목소리다. 중수청을 설치하겠다고 하지만 공수처의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늘 완벽할 수만은 없는 경찰의 수사를 보완하기 위해 검찰이 한 번 더 사건을 검토하는 걸 왜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답을 못 하더라”고 말했다.


법 시행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국회와 정부, 헌법재판소 등 모두가 나서 수사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고 대혼란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할 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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