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무역·투자의 새 판에 기회가 있다
KOTRA 김윤태 중소중견기업본부장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의 확산에 기여했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 모두 자유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전 세계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지금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는 세계화와 다자무역주의는 힘을 잃고 있다. 절대우위를 가진 패권 국가들이 통상정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질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글로벌 공급망에 힘을 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취약한 공급망을 안보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질서 재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이슈 외에도 저탄소·디지털경제로의 전환,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등 여러 난제들이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전례없는 혼란을 거쳐 새 판이 짜여지고 있는 지금,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질서 속에서의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원래 판을 새로 짜는 시기에 더 기회가 많은 법이다. 무역·투자의 새 판에는 어떤 기회와 과제들이 있을까.
첫째는 디지털 대전환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무역에서 온라인을 통한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액은 전년 대비 91.7% 성장했고, 온라인 수출기업 수는 무려 92.7% 증가한 3,148개를 기록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국민 누구나 무역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다. 게다가 한국의 문화와 상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발굴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온라인 수출이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KOTRA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 기업의 디지털 수출지원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둘째는 글로벌 공급망(GVC)이다. 한국 수출기업의 57.9%가 수입을 병행하고 있다. 공급망의 단절은 수출제품 조업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수입 지원이 꼭 필요하다. 정부는 수출 지원 일변도였던 무역·투자의 양 방향을 균형있게 지원해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와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무역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공급망 교란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기업에게는 물류 관련 지원이 필수적이다. 주요 교역 상대국에 해외 물류 거점을 확대해 국가적 물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셋째, 친환경의 기회다. 기업과 국가에게 이제 기후변화, 탄소중립을 고려한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부는 공정 전환 실적, 친환경 제품 생산 등 탄소중립 실적과 연계하여 무역·투자를 지원해야 한다. 친환경 지표가 기준이 되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자연스레 수출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다. 또한 탄소중립 산업과 기술은 그 자체로 새로운 수출 먹거리다. 정부가 신흥 미개척 시장의 개도국과 협력하여 ESG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제감축사업의 주체가 되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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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무역·투자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반도체 등을 넘어 새로운 분야의 무역 확장과 외국인 투자의 질적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무역·투자의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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