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강달러에 통화가치 뚝…신흥국 자본유출 비상
美 달러화 나홀로 독주…유로 전쟁 불안·엔 부양기조에 지지부진
中 성장률 우려 '위안화 4% 약세…2015년 평가절하 상황 유사
자본 유출에 신흥국 경제 역풍…스태그플레이션 유발 우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달러화가 2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유로, 엔, 위안화 등 달러 외 다른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만 ‘독야청청’ 독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원자재 가격 덕분에 강세를 보였던 주요 신흥국 통화도 최근 급격한 약세로 돌아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주요국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만 독야청청= 유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7일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선언한 이후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0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곧 1유로와 1달러가 등가를 이루는 패리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엔화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부양 기조를 유지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BOJ는 28일에도 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10년 만기 국채를 0.25% 금리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BOJ의 통화정책 부양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엔화는 약세 흐름을 지속, 200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30엔에 거래됐다.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최근 BOJ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BOJ가 금리를 통제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BOJ가 금리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엔화 약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가 13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브라질 헤알·남아공 랜드화 급락= 달러 강세는 특히 신흥국 경제에 심각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달러 자본 유출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경기는 침체에 빠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4월 중순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헤알화와 랜드화의 경우 올해 원자재 가격 강세와 자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덕분에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Fed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공식화한 후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브라질 헤알화는 29일 기준으로 올해 여전히 11.3% 오른 상태지만 최근 1주일 동안 7%가량 약세를 보였다. 남아공 랜드화는 최근 2주간 무려 10% 폭락하며 올해 상승폭을 모두 되돌림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지난 26일 프로젝트 신디게이트 기고에서 유럽, 중국은 물론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Fed의 통화정책 긴축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며 미국 경기 침체는 글로벌 수요 급감과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었던 신흥국들이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中 위안화, 2015년 평가절하 패닉 오나=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국이 목표로 한 5.5% 성장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중국 역내 위안화 환율은 최근 8일 동안 달러에 대해 4%가량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최근 위안화 흐름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2015년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5일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