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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1997년 내놓은 ‘창업과 수성의 경영학’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1965년에 100대 기업으로 꼽히던 회사 중 1995년까지 30년 간 살아 남은 곳은 16개였다. 이 기간동안 열 손가락안에 꼽힌 기업 가운데 생존한 곳은 전무하다.

연구소가 분석한 원인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경영상 부침이 심각하다는 것. 당시 선진국의 경우 30년 간 100대 기업 생존율이 미국 21%, 일본 22%로 국내 기업(16%)보다 높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기업들이 겪는 경영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998년 기준 30대 그룹으로 분류한 대기업집단들 중 60%는 20년 뒤 사라졌다.

10~20년 단위로 재계 상위 기업들이 수두룩하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사이, 수십년 간 부침을 겪으면서도 명맥을 이어온 회사가 있다. 바로 쌍용차다. 수차례의 손바뀜 속 중국, 인도 기업에 인수되면서 핑퐁 신세로 전락했지만 꾸준히 신차를 내놓으며 연명해왔다. 쌍용차 디자인의 상징인 ‘강인함’처럼 생사의 기로 속에서도 안간힘을 쓰며 버텨냈다.

쌍용차는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모태다. 1966년 자체 생산한 버스를 해외수출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역사의 효시 격인 기업이다. 현대자동차의 포니 수출은 그보다 10년 뒤의 일이다.


쌍용차는 위기 때마다 타이밍좋게 대박 차종을 하나씩 선보이면서 기사 회생했다. 대우에 인수된 이후 그룹 해체로 위기에 빠졌을 때는 렉스턴이 성공을 거뒀고,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뒤에는 2015년 소형 SUV 티볼리를 내놔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뻔했다.

[시시비비]이미 알고 있는 쌍용차 해법 원본보기 아이콘


오뚝이처럼 일어서던 쌍용차가 또 다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그런데 이번엔 가시덤불을 헤쳐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의 ‘회생 공식’이었던 공적자금 투입과 외자 유치가 여의치 않아서다. 두 번의 법정관리에 들어간 터라 더 이상의 혈세 투입은 명분이 없다. 에디슨 모터스의 인수 실패로 새 주인을 찾기가 시작됐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달까지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퇴출될 수 있다.

쌍용차가 여기까지 흘러온 데는 정부의 실책도 한 몫했다. 고비 때 마다 정권에서는 쌍용차를 정치적 셈법으로 풀려고 했다. 노조의 압박에 떠밀려서라지만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에 구조조정 대신 11년 전 해고자를 전원 복직 조치한 것도 정치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쌍용차는 66년의 역사 동안 주인이 다섯 번 바뀌고, 그 중 두 재벌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외국 자본에 팔린 것도 두 차례다. 우리나라 기업사에서는 찾기 힘든 기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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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라는 ‘지뢰’는 곧 취임하게 될 윤석열 정부에게도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회사를 문 닫게 뒀다가는, 5000여명 직원에 협력사까지 합쳐 수만명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도 높은 자구책과 외부 수혈이 얼마 간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환자를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을 그 동안 수차례 목도했다. 기업의 수명과 고용안정도 결국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매각하지 못한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을 지 모른다. 답을 알고 있는데도 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희망고문’으로 고통의 세월 만을 연장시킬 뿐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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