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정부의 들쑥날쑥한 전통주 분류 기준 탓에 우리 술 제조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순당의 ‘백세주’,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광주요의 ‘화요’ 등은 기업이 만든다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한국계 미국인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를 비롯해 ‘토끼(Tokki) 소주’ 등은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이유 만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상 주류는 온라인 판매와 배송이 불가능하지만 전통주는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전통주에 속하면 주세도 50% 감면된다. 단, 주류 면허는 크게 일반 주류 제조 면허, 지역 특산주 면허,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로 나뉘는데, 이 중 지역 특산주 면허를 소지해야 된다. 백세주, 일품진로, 화요 등이 우리 술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 수출을 통해 ‘K-주류’를 알리는 데 앞장선다 해도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들은 모두 일반 주류 제조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

똑같은 술인데 기업이 만든 술은 제외한 채 여타 술에 특혜를 주는 것은 역차별이나 다름없다. 전통주로 인정받은 여타 술이 일부 지역 경제에 일조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이 해외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들이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 채널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수출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는 동안 정작 우리 기업은 나라가 만든 허들에 가로 막혀 성장의 날개를 펴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의 비중이 확대되고,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혼술’ 및 ‘홈술’이 늘어남에 따라 주류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전문 기업인 인사이트 에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21억9000만달러(약 2조6696억원)에 달하는 세계 주류 온라인 판매 시장이 2030년 305억달러(37조17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34% 이상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목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의 주요 10개국은 모든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도 온라인 판매가 완전히 허용되는 시장이다. 미국 역시 각 주를 통해 온라인 판매에 관한 면허를 발급해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37개 국가 중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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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주류 구매 가능성, 전통주 시장의 위축, 주류 산업 종사자 간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쟁점이 있는 만큼 허용 시 그 파급효과가 커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시장 장악은 기업들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규제를 완화한 지 5년 여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국내 주류 산업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다.

[시시비비]"전통酒 분류 기준, 이제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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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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