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사라진다]④지방부터 흔들리는 연구 생태계…"교수가 직접 뛴다"
늘어난 대학원생 10명 중 6명 수도권행
지방은 '과학기술원'만 웃었다
"예전엔 학생을 골랐다…지금은 교수가 직접 영업 뛴다"
지방 대학 연구실에서는 교수가 학생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찾아다닌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먼저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교수는 연구 주제에 맞는 인재를 골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입학 설명회를 열어도 지원자가 적고, 어렵게 상담한 학생조차 수도권 대학원이나 대기업 취업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일상화됐다.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든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구 연속성의 단절'이다. 지역에서 학부를 마친 우수 자원이 수도권과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연구실은 미래 과학자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의 착시…진짜 위기는 '증가분'의 쏠림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공계 대학원의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2025년 기준 수도권의 이공계 대학원생 비중은 47.4%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수도권 비중(약 50.6%)보다 오히려 소폭 낮다. 그런데 변화의 방향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보인다.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늘어난 자연과학·공학계열 일반대학원 재학생 1만4242명 가운데 무려 56.8%(8086명)가 수도권 대학에서 증가했다. 인구 비중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신규 유입 인원이 수도권에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비수도권'이라는 한 덩어리 안에서도 사정은 극명히 갈린다. 광주·대구·울산 등에 위치한 과학기술원(GIST·DGIST·UNIST)은 통계상 비수도권에 포함되더라도, 연구 환경과 학생 충원 측면에서 수도권 주요 대학 못지않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중에서 전통적인 지역 거점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실들이 위험하다는 얘기다.
한 지방대 이공계 연구동 복도 모습. 과학기술계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이 겹치며 일부 지역 대학 연구실을 중심으로 대학원생 확보 어려움과 연구 인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제주권 역시 재학생 512명으로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 종합대학 규모가 작은 권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모수가 작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특정 연구실이나 학과의 변화에 체계 자체가 훨씬 더 취약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두 명의 핵심 인력만 이탈해도 지역 연구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교수가 학생을 찾아다닌다"
학생 모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익명을 요구한 충청권의 한 국립대 공과대학 교수는 "설명회를 열어도 학생 반응이 예전과 딴판"이라며 "연구 자체보다 졸업 후 수도권 대기업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필호 강원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최근 지방대학 연구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는 단순한 학생 수 감소보다 우수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원과 과학기술원(IST) 쏠림 현상"이라며 "실제 지방대학 대학원 입시에서는 상당수 학과가 미달 상황을 겪고 있고, 연구 인력 확보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지방대학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 자연스럽게 확보됐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이 진학 단계부터 수도권 대학과 대형 연구중심대학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며 "최근에는 박사후연구원이나 외국인 연구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연구 연속성과 장기 연구 수행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원 충원율 수치 자체는 통계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모집 기반이 약한 지방대 연구실에서는 대학원생 한두 명의 공백이 연구실 폐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역 연구실이 흔들리면 산업도, 국가 균형도 흔들린다
연구원 미충원은 지역 산업과의 연결고리 단절로 이어진다. 해양·수산·지질·에너지 등 연구 현장이 지역과 맞닿아 있는 분야가 대표적이다. 지역 연구실이 무너지면 해당 지역의 특화 산업을 뒷받침할 기술력과 인력 공급망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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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제주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교수는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수도권과 지역 간 정주 여건 격차"라며 "연구자가 지방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은 연구비와 인프라, 생활 환경 모두 수도권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연구력 격차가 인재 유출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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