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議, 7일 러시아 제재 리스크·대응방안 논의
채무불이행 분쟁소지…대금지급 지연면책도 어려워
국제계약 체결시 경제재제 관련 조항 추가 필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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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1. 우크라이나에서 원료를 사들이는 A사는 최근 원료 운송 때문에 선주와 분쟁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인근 해상 운송이 어려워져 기존에 정박해 선적을 기다리던 배들이 안전항으로 대피, 제3지에 정박하면서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물품을 일부만 선적한 채 그대로 출항한 선박들의 부적운임 문제 등도 골칫거리다. 추가비용 부담은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은 커져만 간다.

#2. 지난해 러시아 기업과 물품 매매계약을 맺은 B사. 받은 물량에 대해 대금지급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계약서상 미국 달러로 지급하게 돼 있다는 것. 미국의 대러 금융제재 때문에 지급을 못하게 됐다. 지급이 늦어지면서 중재, 소송 등 법적분쟁까지 준비해야 할 판이다. 미국 제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면책'사유를 입증해야 하는데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 제재 등 불가피한 리스크에 대비해 기업들이 해외 계약을 맺을 때 넣는 경제재제 관련 면책 조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채무불이행 책임 등 법적 다툼이 늘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오후 대한상사중재원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가 국제계약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 대응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엔 현대모비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중공업 등 제조·무역·건설·조선업 등의 국제법무 담당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좌장을 맡은 정홍식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이형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조은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법조인들도 참석했다. 정 교수는 "러시아 제재로 인해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과 무역상사, 조선업 및 건설업 등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제재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제수단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제조업에선 부품 납품 중지 같은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제3국 우회수출 방안을 찾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가능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러시아 제재는 이란 제재와 달리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행정명령으로 금지한 특정 거래가 아니라면 우회수출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출통제에 대한 선진국의 참여도가 높고 미국이 대상 범위를 넓혀 놓은 상태여서 해당 물품뿐 아니라 관련 기술, 일부 부품의 통제 포함여부 등에 대한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역업에선 물품인도 지연이 발생했을 때 전쟁 같은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면책이 가능한지 여부가 논의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 내에서 제재는 불법으로 보고 있으므로 불가항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관할권이 다른 국가에 있을 경우에도 법원마다 불가항력 범위 및 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어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건설 프로젝트 중인 건설사가 유럽연합(EU) 소재 기업 등의 하도급자 또는 벤더가 러시아 제재 때문에 이행·공급 불이행을 하는 경우 도급업자가 러시아 발주자에 면책을 주장할 방안이 있는지도 검토됐다. 이 변호사는 "제재에 동참하는 미국, EU 업체를 중국이나 국내업체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면책 주장이 쉽지 않다"며 "제재불법 조항이 포함돼 있더라도 러시아 발주처가 제재 대상자가 아니라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금지급 지연 관련 면책도 시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조 변호사는 "현재 한국 금융위원회는 러시아 비제재 은행에 돈을 송금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실제로도 현재 러시아 비제재은행인 국내은행 모스크바 지점, 외국계열 은행 등을 통하여 한국에서 러시아로 돈을 송금하고 있기 때문에 대금지급 지연에 대한 면책입증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약상 대금을 미국달러로 주기로 한 경우에 대해 박 변호사는 "경제제재가 불가항력 사유인지 여부에 대해선 그간 많은 다툼이 있었다"라고 환기했다. 그는 "올 초 영국 고등법원의 중재판정에서 원(原) 판정부는 대금을 미국달러로 주기로 했더라도 현실적인 대안인 유로화로 같은 값에 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상소판정부에선 불가항력의 판단기준이 '당해 계약상 의무'이므로 해당된다고 판정한 바 있다"며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거래 체결시 우리기업의 리스크 관리방안.(자료=대한상의)

국제거래 체결시 우리기업의 리스크 관리방안.(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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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들이 국제계약을 맺기 전에 계약상의 불가항력 조항을 보다 더 구체적인 형태고 기재하고 일방적인 계약해지 및 중단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아울러 준거법을 고를 때에 사정변경이나 불가항력에 유리하게 판정될 수 있는 관할권을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은 이 사태가 평화 국면으로 접어든 뒤에도 상당 기간 현재 수준의 대러 제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기업들은 계약서에 경제제재 관련 특칙 조항 등을 넣어 향후 분쟁 발생 시 재판부에서 우리 기업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항상 제재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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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상의는 사태 발생 이후 기업들의 애로를 접수하고 있으며 그 중 법적 분쟁과 대응방안에 대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고 판단돼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좌담회가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됐길 바라며 상의는 앞으로도 기업의 애로해소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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