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봉쇄 그 이후
AD
원본보기 아이콘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산업 도시인 창춘(長春). 이 곳은 중국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창춘은 중국의 비통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창춘은 청나라 때 한족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둥칭철도를 부설하면서 교통 요지로 떠올랐고, 러일전쟁 이후에는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수도가 돼 신징(新京)으로 불렸다. 지금은 지린성(吉林省)의 성도다.


그 사이 ‘창춘 포위전’으로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되면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이 본격화 됐다. 중국 동북지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창춘, 이곳은 국민당군이 먼저 주둔하고 있던 지역이다. 공산당군은 1947년 말 혹한 속에서 만주 주요 도시를 공략했다. 1948년 5월23일에는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 10만 국민당군을 창춘 시내에 몰아넣었다. 곧 바로 보급로를 끊고 창춘 봉쇄 작전에 돌입했다. 창춘에는 시민들과 피난민 등 50만명도 함께 갇혔다. 군인, 민간인 모두를 말려버리는 ‘고사 작전’이었다. 단전, 단수, 물자부족 등으로 나무껍질과 야생초를 먹으며 버텼다. 인육을 매매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같은 해 10월19일까지 약 5개월간 이어진 창춘 고립으로 공산당군은 국민당군 8만명을 단번에 편입하는 등 승리했지만, 무고한 인민의 희생이 뒤따랐다. 당시 최대 33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도 끔찍해 ‘창춘 홀로코스트’라고도 부른다.

지금 창춘에선 과거와는 다른 포위전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창춘에서 급증하자 지난 11일 주민 외출 금지를 비롯해 생필품 판매점을 제외한 모든 영업·생산 시설 폐쇄, 대중교통 운행 전면 중단 등 도시 봉쇄에 돌입한 것이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도 멈췄다. 최근 창춘시에서는 하루 1000명 안팎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창춘에 이어 선양, 상하이 등으로 봉쇄는 확대됐다. 선양은 지난 24일부터 일주일간 주민 외출 금지,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 도시를 전면 차단했다. 상하이에서는 푸동지역이 지난 28일부터 푸서지역은 다음 달 1일부터 각각 4일간 대중교통을 멈춰세우고, 기업과 공장 운영을 중단하거나 원격 운영하도록 했다. 인구 2500만명의 중국 경제 수도로 꼽히는 상하이마저 전면 봉쇄한 것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 자율과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준 미국,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미국·유럽과 중국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2년2개월여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백신패스) 등 다양한 방식의 대응책을 펼쳤다. 이 가운데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은 두 가지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영업제한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엄격한 백신패스 적용이었다. 식당·카페를 비롯한 많은 사업장의 영업을 강제로 막으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존권은 엄청나게 침해당했다. 충분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백신패스는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강도 높아 국민 선택권을 빼앗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약하다면 약하고 강하다면 강한 봉쇄다.

AD

이제 코로나19 터널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봉쇄는 무슨 의미였나. 사망자를 최소화 하려던 목표는 이뤘나. 더 강한 봉쇄가 필요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을까. 국가가 봉쇄를 핑계로 국민을 과도하게 억압하지는 않았나. 이 틈에 자신의 권력 강화에 몰두한 위정자들은 없었을까. 국가의 봉쇄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이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숱한 질문들과 맞닥뜨린다. 이 질문 하나하나에 답을 해야 한다. 이것들을 ‘코로나19 백서’에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조영주 바이오헬스부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