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왜…親정부 검사의 각자도생(종합)
정부 의혹·대기업 수사 동시에
정부 색깔 지우기·위력 과시용
정권교체기 눈치 본단 비판도
尹에 보내는 생존 위한 시그널
김오수, 사정 드라이브 의지 보여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허경준 기자, 장세희 기자] 대선 직후 검찰이 문재인 정부 비위 의혹과 대기업 수사에 동시에 착수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연이틀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수사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현 정부 색깔지우기 차원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수사’는 검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의 수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형원·고진원 ‘생존시그널’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정권 교체에 따른 ‘눈치보기’ 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유사한 형태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지난 1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고려했다는 게 동부지검의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환경부 사건의 결과에 따른 수사 착수라면 대법원 선고 직후 수사에 돌입했어야 하는데 두 달이나 지나 수사가 시작된 점, 이번 사건의 주된 혐의인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7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내린 결정이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최형원 부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광주 대동고등학교 후배로 지난해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후원 의혹 수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 주변에선 이번 수사 착수에 최 부장검사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의 삼성웰스토리 수사는 미제사건 정리 차원에서 검찰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검찰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사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은 사건인 만큼 수사팀이 보유한 자료에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소재 삼성웰스토리 본사와 수원시 소재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도 삼성웰스토리 재무·회계 관련 부서 등을 상대로 11시간 가량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수사가 검찰 내에서 이른바 ‘친(親)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일종의 ‘생존을 위한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정부 이정수·심우정은 진퇴 갈림길
두 사건의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현 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에 중용돼 정부가 검찰을 장악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남강고 후배인 이 지검장은 박 장관 취임 후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빅4를 잇따라 차지했고, 심 지검장은 추미애 전 장관 시절부터 박 장관 취임 이후까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이 지검장은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다른 검사장들과 비교해 나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심 검사장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던 인물로 친정부 검사로 분류하기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정권이 교체되면 거취를 고민해야 할 입장인 건 분명하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관련자들을 고발한 뒤 3년간 묵혀뒀던 사건과 관련해 심 검사장이 갑자기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나 재계와 법조계에서 ‘뚜렷한 증거나 정황도 없이 이뤄진 무리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는 사건에 대해 고발 9개월 만에 이 지검장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부지검의 칼끝은 여권 인사에게 향하고 있다. 동부지검에는 ▲청와대 특감반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국무총리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등 사건이 접수돼있다. 해당 사건의 피고발인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돌아선 김오수...이성윤 심재철 등 두문불출
김 총장은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공약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정부, 박 장관과는 사실상 남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사도 남은 임기를 지키기 위해 윤 당선인 취임 후 시작될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자신이 지휘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에 견줘 친정부 색채가 짙은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두문불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방안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고됐지만, 심 검사장이 이끌고 있는 남부지검은 미동도 없는 상황이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연루된 성남FC 수사를 맡고 있는 신 검사장도 보완수사를 지휘한 뒤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는 고검 특성상 이 고검장은 현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