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매출 90% 급감… 미니 악기·출장수리로 버텨요"
낙원동 악기상들의 분투기
3월 성수시인데 손님 실종
플루트 1달에 1개로 안 팔려
마스크 안 벗는 '칼림바' 등
간단한 악기서 그나마 매출
퇴근 후 배달·대리운전도
낙원악기상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 '칼림바'와 같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악기들을 비치한 가게가 많았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노인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을 지나면 빛바랜 흰색 외벽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옆을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대신 파란색 배경 위에 흰색 글씨로 ‘낙원악기상가’가 적힌 간판이 보인다. ‘악기의 메카’라고 불리는 낙원악기상가다.
2층에 올라 상가 입구를 통과하자 악기를 옮기는 상인 2명의 모습이 보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상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복도 가운데에 위치한 가게들에서 이따금씩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악기상가는 매년 3월이 성수기다. 한해 매출의 30%가 이때 발생한다. 학교들이 신학기를 맞아 교육용 악기를 대량으로 구매해서다.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신학기 특수’가 사라진 오래됐다고 했다. 입으로 부는 관악기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관악기를 판매하는 이인의씨(69)는 먼지 쌓인 플롯을 가리키며 "이게 하나에 40만원인데 한 달에 한 번 팔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90% 감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악기상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 사태를 2년째 버티고 있었다. 집에서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칼림바(엄지손가락으로 건반을 튕겨 소리를 내는 타악기) 등이 유행하면서 이를 비치한 상점들이 많았다. 김명수씨(48)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고 할 수 있는 악기를 찾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칼림바 외에도 미니하프, 스틸텅드럼 등 간단한 악기들을 구비했다.
소규모상인들은 영업을 끝마치고 부업을 하기도 한다. 종합악기상 고윤수씨(40)는 판매를 더 할 수는 없으니 외식 등 지출부터 줄였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규모 상인들을 이야기하며 "영업 끝나고 배달·대리 기사 일을 하는 분도 있었고 악기 동아리에 직접 찾아가 수리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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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세운 상인도 있었다. 플롯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준성씨(47)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리모델링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악기 수요가 줄었지만 오히려 전문점 이미지를 손님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며 "상품진열부터 고객들 사후관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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