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사진=서울행정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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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후배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나 외모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반복한 청원경찰에 대한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당시 부장판사 이정민)는 서울특별시 청원경찰이었던 이모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이씨의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모두 이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2015년 5월 서울시 청원경찰 채용시험에 합격해 같은 해 6월 임용된 이씨는 2017년 12월부터 모 학교 총괄운영팀에서 근무를 하면서 직장 동료들과의 잦은 다툼과 복무 지시사항 불성실 이행으로 2019년 5월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징계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7월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2020년 7월 서울행정법원은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씨는 다시 항소했지만 2021년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된 뒤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처럼 징계처분 취소소송이 계속되던 중 이씨는 2019년 6월부터 모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는데, 근무를 시작한지 3개월이 채 안 돼서 후배 청원경찰 등으로부터 이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청원경찰 임용시기가 4년 이상 앞서거나 나이가 5살에서 많게는 12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 혹은 연장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씨가 후배는 물론 상급자에게까지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수치심이나 성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었다.


징계사유로 인정된 구체적 사례들을 보면 이씨는 후배 청원경찰 A씨에게 약 2개월 동안 A씨의 언행이나 근무 상태를 문제 삼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발송하고, 야간 근무 중인 A씨를 찾아와 사진을 촬영하는 등 감시하고, 새벽 휴게시간에 휴게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정신이상자 행세를 하는 등 정상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임'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2019년 9월 20일 저녁 A씨와 업무교대를 위한 인수인계를 마친 이씨가 A씨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A씨가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이씨는 "헛소리하지 마라. 촬영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퇴근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이씨가 A씨를 촬영하는 모습이 찍힌 병원 CC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이씨에게 "제 언행은 제가 알아서 챙길 테니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계속 되는 불필요한 걱정에 같이 근무하는 날 뿐만 아니라 근무하지 않는 날까지 출근하기가 두렵고 무섭습니다"라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씨의 갑질은 계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9년 7월 29일 후배 청원경찰인 B씨(여)와 연가 신청 문제로 다툼이 생겼을 당시 B씨가 "업무 외에 사적인 대화는 문자로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말씀하실 것 있으시면 얼굴보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현재 개인적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있습니다. 문자는 업무적인 것만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얼굴보고 말하면 토나올려고 해서 안 된다. 니도 사적인거 문자나 전화로 하지마라! 나도 너 때문에 매우 힘들다"라고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씨의 갑질은 청원경찰 조장이었던 C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씨는 2019년 7월 22일부터 같은 해 8월 15일까지 C씨에게 부당한 업무 관련 내용이나 극단적인 표현을 담은 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2019년 8월 14일 C씨는 이씨에게 메일을 통해 "앞으로 메일을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화는 피하지 않겠습니다. 메일로 하지 마십시오. OO님 메일, 문자 때문에 전 직원이 근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답변 메일 이후로 모든 사항을 육성으로 듣겠습니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 이씨는 다시 C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장님하고 대화하면 피곤합니다. 스트레스입니다. 조장(반말하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존칭하라고 하니 웃음이 나오지만) 조장하는데 지금처럼 존칭하면서 조장 대우 해 드릴 테니(참고로 저랑은 4년 2주 2일 차이나고 6살 차이나요) 직원대우 정확하게 하시구요. 저는 조장님 얼굴, 목소리 들으면 스트레스고 미칠 지경이에요"라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2019년 12월 이씨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 인권담당관은 2020년 1월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위 시정권고 결정을 통지했고, 감사위원회는 추가 조사를 실시한 후 같은 해 4월 이씨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감사결과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결국 서울시 청원경찰 징계위원회는 이씨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는 2020년 7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이는 청원경찰법 제5조의2 1항 2호(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해임으로 의결했다.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낸 이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직장동료 사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거나 상호 간에 감정이 상해 발생할 수 있는 감정 대립의 상황이었을 뿐 고의로 피해자들을 괴롭히고자 한 행위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또 설사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는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징계 등에 관한 규칙'이 해임 사유로 정하고 있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임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괴롭힐 의도가 아니었다는 이씨의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이씨의 징계사유가 된 의도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는 여성 후배인 B씨에게 보낸 "얼굴보고 말하면 토나올려고 해서 안 된다"는 문자메시지에 대해 "출근하기 전부터 속이 불편한 상태에서 당시의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더부룩해 안 된다는 신체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맥락에 비춰 B씨의 용모를 비하하는 표현임이 분명하고, 경험칙상 이를 전송받은 B씨로서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C씨에 대한 이씨의 행동에 대해서도 "원고가 조장의 지도 및 감독권한을 무시하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조장인 C씨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임 처분은 너무 과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병원에 근무했던 청원경찰들 중 원고를 제외한 전원이 이 사건 징계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됐고, 그 피해자들이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원고의 행위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중지를 요청했음에도 원고는 이를 무시하고 서울시 인권센터에 신고된 이후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은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해 '출근하기가 무섭고 괴롭다', '두려움과 걱정이 생겼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고의 위법행위의 태양이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당시 느꼈을 모멸감 내지 당혹감의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원고의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인사위원회는 징계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4조에 따른 승진임용 제한기간 중에 발생한 비위로 인해 다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에는 그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2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서울시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 제5조 2항을 근거로 들며 "원고는 2019년 5월 1일 감봉 1개월에 처하는 선행처분을 받았으므로 그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12개월 이내에 저지른 비위행위에 대하여는 2단계 위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원고를 해임에 처한 이 사건 처분은 관계 법령에 따른 징계기준에서 예정한 범위 내에 있으며, 이러한 징계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나아가 재판부는 "선행 징계처분을 받은 후 4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이와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질렀으므로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비록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청원경찰 신분을 박탈하는 무거운 처분이기는 하나,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청원경찰의 기강을 확립하고 청원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며 성실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려는 공익에 비해 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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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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