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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차단 당한 러시아…www에 '국경' 생길까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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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민들 하나로 묶어줬던 인터넷
이제는 정보 검열 통한 '국경' 들어서
서방 제재로 러시아 '디지털 고립' 직면
中·북한 등은 '인터넷 검열' 시도해 와
인권단체 "온라인 검열, 현실 권리까지 침해" 경고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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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우리는 인종, 경제력, 군사력, 태어난 곳에 따른 특권과 편견이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평생 '자유 인터넷' 운동에 헌신한 미국의 철학자 존 페리 발로가 지난 1996년 2월8일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에서 남긴 말입니다. 월드와이드웹(www)이 발명되고 전 세계에 인터넷이 보급된 뒤,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연결된 '누리꾼'이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을 만들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이 공개된 뒤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인터넷에는 서서히 국경의 장벽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일부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감시·검열 기술을 도입했으며, 국가 간 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차단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는 일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제재' 당한 러시아…페이스북·트위터도 끊겨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침공한 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석유 수입을 줄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흥재벌 계층의 고급 주택·요트 등을 압수했으며, 러시아 은행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도 동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제 제재는 물리적인 산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는 '인터넷'에도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했던 메타(옛 페이스북), 트위터,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고, 광고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도 '보복'에 나섰습니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의 러시아 지역 비즈니스를 차단한 겁니다. 지난 5일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청은 러시아인 계정의 트위터,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SNS 서비스가 러시아 국영 매체에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고, 아동 포르노, 마약 등 해로운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촉구 집회’를 마친 후 남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촉구 집회’를 마친 후 남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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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 측도 러시아발 정보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 '스푸트니크 통신' 등의 유럽 지역 영업을 금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정부의 허위정보와 정보 조작에 대한 제재를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 하나로 묶어줬던 인터넷, 장벽 생길까


약 1주일 만에 서구의 SNS 콘텐츠, 뉴스 서비스 등을 이용하던 러시아인 계정 수백만개가 사라졌습니다. 또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도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었던 러시아 뉴스 소식을 더는 접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실상 인터넷 한가운데에 가상의 장벽이 세워진 것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 1989년 'www'가 발명된 뒤 자유 인터넷 사상가들이 예견했던 미래와는 정반대입니다. www를 통해 인터넷에 널린 웹페이지를 간단히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초고속 통신이 정부나 연구소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보급되면서 인터넷의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됐습니다.


SNS의 탄생은 전 세계 수백개 국가의 누리꾼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줬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수초 만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인터넷의 팽창에 고무됐던 존 페리 발로같은 자유 인터넷 사상가들은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국경 없는 가상 세계'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을 제창한 미국의 철학자 존 페리 발로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을 제창한 미국의 철학자 존 페리 발로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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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인터넷 장벽이 들어서게 된 원인은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 '확장성'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정보든 국경을 초월해 공유될 수 있다 보니, 정보 통제를 원하는 권위주의 국가 정부들은 인터넷을 차단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글로벌 인터넷으로부터 러시아가 '고립'된 현 사태는 오히려 푸틴 대통령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 7일 NYT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기업과 러시아 당국이 서방과 러시아 간 '디지털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러시아의 온라인 독립 정보 공간마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인터넷 공간은 해외와의 연결 덕분에 당국에 검열·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일부 들여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불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외부의 독립적인 정보를 접할 수 없게 된 러시아 국민들은 정부에서 허락한 뉴스만 시청해야 하고,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더욱 완벽한 사회 통제를 이룩할 수도 있습니다.


권위주의 국가들, 인터넷 검열 시도


권위주의 국가들이 '디지털 고립주의'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1998년부터 '황금방패 프로젝트'라는 자국민 정보 검열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황금방패는 중화권 인터넷에 올라온 사이트·콘텐츠 중 중국 공산당의 관점에서 부적절한 것을 골라 차단하는 인터넷 검열 체계를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은 '황금방패'라고 불리는 인터넷 검열 체계로 중화권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황금방패'라고 불리는 인터넷 검열 체계로 중화권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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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국제 사회에 확산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초반이니, 중국은 인터넷의 태동기부터 이미 디지털 검열 제도를 시행해 왔던 셈입니다.


북한 또한 인터넷 검열을 통해 사회 통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인터넷 통제는 황금방패를 갖춘 중국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0년 영국 정보통신 전문 업체 '컴패리테크'가 내놓은 '세계 인터넷 통제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조사 대상인 181개국 중 가장 강력한 검열을 하는 나라로 나타났습니다.


이 보고서는 각국의 인터넷 검열 정도를 ▲파일 공유 제한 ▲정치매체 통제 ▲SNS 이용 제한 ▲가상사설망 제한 ▲성인물 금지 등 총 5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합니다. 북한은 5개 항목 모두 최하점을 받아 최악의 인터넷 검열국으로 꼽혔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면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또한 자국민 인터넷 검열이 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씨넷'·'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매체에 따르면, 이란의 인터넷은 사실상 '인트라넷(특정 단체의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사설망)'에 가까운 형태이며,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자신과 아버지의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신원정보를 제출해야 해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활동가들은 인터넷에 국경을 만들려는 시도가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고, 나아가 국민의 인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합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온라인 통신 네트워크의 모든 통제권을 정부 기관에 넘기는 법은 사실상 국가를 www로부터 고립시킨다"라며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국가는 자국 시민이 보길 원치 않는 정보를 직접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조치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가 보기에 '분열적인' 사회적 담론인 성소수자 권리, 정치적 자유, 혹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한 논쟁도 벌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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