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등 승·하차 편의 즉시 제공해야"
대법 "탑승설비 제공 의무 있어…‘즉시 모든 버스’, 비례원칙 위배"

대법 "버스 '휠체어 승강설비' 명령…法 재량 일탈"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시내·시외노선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라고 한 판결은 법원의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버스’가 아니라 향후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탑승할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있는 노선과 버스회사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이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가 설치되거나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아 이동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경기도·금호고속·명성운수를 상대로 낸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체장애·뇌병변장애 등을 앓고 있는 A씨 등은 2014년 교통약자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저상버스 도입 등 구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금호고속·명성운수 등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다.

당시 저상버스는 전국 시내버스 중 16.4%에만 도입돼 있었고 시외버스에는 도입된 곳이 없었다. 또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는 상태였다.


이에 A씨 등은 금호고속·명성운수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해줄 것을,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경기도지사에게는 각각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사항을 포함하고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될 수 있도록 시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에서는 ▲버스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 존재 여부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 ▲차별로 볼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지 ▲버스회사가 저상버스까지 제공할 의무가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2심은 버스회사에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형·직행좌석형·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고 판결했지만, 정부와 서울시·경기도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버스회사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버스회사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것은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므로 버스회사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ㆍ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 버스회사들의 자산ㆍ자본ㆍ부채·현금 보유액,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실현 가능성 등을 심리한 다음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AD

아울러 대법원은 버스회사들이 A씨 등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로 저상버스까지 제공할 의무는 없고 정부와 서울시·경기도도 차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