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선, 중도층 감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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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대장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당 경선 이후 후보들은 숨가쁘게 달려왔고, 누가 다음 대통령인지도 9일 밤이면 알 수 있다.


대선 과정의 빅 이벤트는 단연 후보 단일화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통합정부론을 꺼내들면서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손짓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연대를 만들어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꺼져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극적으로 성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당대당 통합까지 추진하겠다며 한발짝 더 나아갔다.

하지만 여당의 빅텐트 가능성, 야당의 후보 단일화 성사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좀처럼 승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은 중도층의 반응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경기, 충남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전국평균보다 낮은 한 원인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는 두 후보 지지율을 단순히 합친 것 이상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고, 반대로 단일화를 안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1=2’라는 셈이 정치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도층의 반응이 크지 않은 것은 양당 후보의 다른 세력 끌어안기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색깔의 정치세력 간 뭉치기에 불과해 선거 향방을 좌우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단일화와 합당을 선택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정치 스펙트럼이 비슷하다. 양당의 강령 전문을 각각 보면 민주당 강령에는 없는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이 명시돼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지난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전두환 비석 밟기를 한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후보들의 통합, 단일화 행보는 각각 세력내 규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단일화의 힘은 진영을 넘나들 때 확인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재야 정치 대표체였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정책연대를 성사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정치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대선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194만여 표 차이로 떨어졌다. 5년 후엔 반대로 보수 성향의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연합해 직전 대선 보다 200만여 표를 더 얻어 대권을 거머쥐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통합의 근본은 자기들끼리 이합집산하는 행위가 아니라 중도를 포괄하는게 핵심"이라면서 "그것만 잘하면 보수 통합, 진보통합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했다. 진영을 뛰어넘어 손을 잡아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화두 없는 대선도 중도층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양강 후보가 모두 특정 계층을 공략하는 깨알 공약에 집중하면서 큰 그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우기)’를 앞세웠지만 이후엔 복지국가건설, 경제민주화 등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201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정권 출범 이후 실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보수정당이 개혁성향을 갖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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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을 제대로 품지 못한 것은 지지세력과 정책·노선의 모순을 우려한 탓이 크다. 정치는 모순 관계를 끊임없이 조정해가는 과정이다. 후보들이 그런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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