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가 거세지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러시아 중앙은행 거래 차단 등에 맞서 푸틴은 핵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 전쟁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1차 정전 협정은 소득 없이 끝났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러시아가 집중 화력을 퍼붓는다면 끝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이 목표한 대로 우크라이나에 친러 괴뢰 정부가 들어서고 유럽에서의 안보 위협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다행히 서방의 경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퇴각하고 적절한 선에서 양보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의 결말이 어떻든 국제 질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민주주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권위주의가 힘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상징되는 일극체제가 붕괴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개의 ‘슈퍼 파워’와 경쟁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앞으로 ‘신냉전’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게 다수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는 각국의 태도를 보면 신냉전은 이미 현실이 되는 흐름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대러 제재에 나서고 있다. 중립국인 스위스까지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독일은 내친 김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가장 앞장서서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다. 주요 7개국(G7)과 별도로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조치를 발표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감사 편지까지 보냈다.
미국의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인 인도는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상당량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가들 중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곳은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은 이번 사태가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열심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신북방’을 표방하며 러시아와 다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은 대러 제재에 미온적이었다. 대러 관계, 기업들의 피해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달 28일에서야 국제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러시아와의 관계나 경제적 충격만을 따지자면 우리가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밀접하거나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0%를 수입한다. 러시아가 보복할 경우 에너지 대란이 발생해 상당수 국민들이 얼어죽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힘에 의한 침략’이 성공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명분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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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강대국보다는 한국, 대만과 같은 ‘중심축 국가(Pivot State)’에 더욱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눈치를 보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의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제 관계가 ‘힘이 옳다’에 기초한다면 세계는 작은 국가들에는 위험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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