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자금 회수부터 수출입까지 전방위 타격
對 러시아 제재 수위 높아지자
신용장 개설 거부·물류망 차질
현지 진출 기업들 직격탄 맞아
대금결제 문제 52.4%로 1위
스위프트 배제 땐 파장 더 커
업체마다 재고 확보 등 비상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문채석 기자] 러시아산 펄프를 국내에 수입해 파는 A 업체는 최근 국내은행 4곳으로부터 신용장 개설을 거절당했다. 은행이 지급보증을 하는 신용장을 만들지 못해 대금결제가 어려워지면서 거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트랙터를 해외에 수출하는 B사는 당장 다음 달 러시아에 보낼 물량을 생산해야 할지 고민이다. C사 역시 다음 달 러시아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보내기로 했는데 물류시스템이 정상작동할지 아직 명확히 들은 게 없다.
국제사회가 대(對)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현지 기업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이 신용장 개설 거부, 자금 미회수, 부품 공급 및 물류망 차질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들의 주요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이날 오전 기준 대금결제 문제가 52.4%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고 물류(33.3%), 정보제공(14.3%) 순이었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차단된 영향을 반영하기 전이어서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우리기업의 거래대금 결제 차질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한 관계자는 "당장 제재대상이 러시아 현지 로컬은행인 만큼,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유가 등 외부변수에 따라 현지 경기상황이 들쭉날쭉했던 터라 사태가 길어지면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부품업계는 원재료 재고를 확보하는 등 자체 대비에 들어간 상태다.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네온·크립톤 등 희귀가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절반 이상으로 높은 편인데 현재 재고수준은 3개월가량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은 설비를 가동할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진다면 원료수급차질로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르노 등 일부 완성차업체는 부품수급 등의 이유로 러시아 내 완성차공장 가동을 당분간 멈추기로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는 네온가스의 공급차질은 반도체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사는 현재 최대 8주 정도 재고를 보유해 정상 수준인 4주보다 높지만 군사행동으로 오랜 기간 유통이 중단되면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량·유동성은 어느 정도 확보해둔 상태라 당장 공장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태가 길어지거나 추가 제재로 따라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세계 1등하겠다"더니 급브레이크…"정부 믿고 수...
석유화학업계의 러시아산 납사 단가 상승 가능성도 눈앞에 닥친 리스크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 수입 납사는 연 2900만~3000만t가량이고 러시아산 비중이 20~25%로 가장 많다. 업계는 향후 2개월 도입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쟁이 그 이상 길어지면 중동·인도 등에서 납사를 사오거나 자체 가동률을 높여 해결할 방침이다. 정유·석화기업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완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중이므로 (이란산 원유) 도입 관련 논의 사항은 없지만, 전쟁 장기화로 이란 해제 속도가 붙으면 원유 수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