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절도 전력 있는 응시생 불합격처분 해군사관학교 조치 정당"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신입 생도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수사경력조회를 통해 절도 전력이 있는 응시생을 불합격처분한 해군사관학교의 조치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해군사관학교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원조사 결과에 기소유예 등 전력이 포함돼 조회·회신된 것을 두고 법령상 근거가 없거나 상위 법령을 위반한 규정에 근거했다는 등 사유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원심은 이 사건 신원조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같은 원심판단에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1항 및 신원조사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실효법 제6조(범죄경력조회·수사경력조회 및 회보의 제한 등) 1항은 범죄경력조회나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물음에 대한 보고)의 범위를 정한 규정이다.
또 재판부는 "사관생도 지원자의 선발시험에 있어서 합격·불합격 판정 또는 입학 자격, 선발 방법 등은 사관학교장이 관계 법령이나 학칙 등의 범위 내에서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격, 자질, 학력,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라며 "그와 같은 판단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불합격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판단에는 사관생도 선발권자의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2019년 6월 '2020학년도 제78기 해군사관생도 선발시험'에 응시한 A씨는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구성된 2차 시험을 치렀지만 같은 달 10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A씨에 대한 수사경력조회에서 과거 범죄 전력이 나온 게 원인이었다.
A씨는 2018년 두 차레에 걸쳐 블루투스 스피커 등 10만원 상당의 물품 3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2019년 1월 오토바이 무면허운전으로 가정법원에서 소년법상 가장 가벼운 처분인 1호 처분(보호자 감호 위탁)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하는 기소유예 처분은 전과로 남지는 않지만 수사경력은 남는다.
A씨는 학교 측의 모집공고상 기소유예 처분은 응시결격 사유가 아닌데다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질문답 코너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가 응시결격자이므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은 응시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점 등을 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A씨는 또 학교 측의 수사경력조회가 위법하고, 이를 근거로 한 불합격 처분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도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형실효법 제6조 1항은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경우를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1호)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보안업무에 관한 대통령령에 근거하여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5호) ▲각군 사관생도의 입학 및 장교·준사관·부사관·군무원의 임용과 그 후보자의 선발에 필요한 경우(7호) 등으로 구분하고 있고, 같은 조 5항은 각각의 경우 범죄경력조회나 수사경력조회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사관생도 입학 등에 필요한 경우에는 소년부송치·기소유예로 결정된 수사경력자료에 관한 조회 및 회보가 가능하지만,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보안업무규정에 근거해 군사안보지원부대에 A씨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해 수사경력을 확인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비록 사관생도 입학에 필요한 경우 수사경력자료 조회가 허용된다고 해도, 이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인 국가정보원법에 근거한 신원조사를 통해 해당 자료를 확보한 것은 절차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국가정보원법 등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국방보안업무훈령 신원조사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지침은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국가정보원법과 보안업무규정 등의 해석상 국가보안업무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사관생도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업무는 국가정보원이 법률에 근거해 담당하는 고유 업무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관생도는 군 장교를 배출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 특수교육기관인 사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교에 입학한 날에 사관생도의 병적에 편입하고 준사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며 "그러므로 각 군 사관학교장에게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및 신뢰성 등 여러 방면에서 자질이 우수한 사관생도를 선발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신원조사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업무처리지침이나 선발예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업무처리지침과 선발예규는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효력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므로,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이 사건 신원조사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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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보다 상위 규범인 형실효법 제6조 1항 7호와 시행령 제7조 2항 2호 등에서 각 군 사관생도의 입학·선발 업무에 필요한 경우 범죄경력자료와 수사 또는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의 수사경력자료는 물론 소년부송치·기소유예 또는 공소권없음으로 결정된 수사경력자료까지도 조회·회보의 범위로 정하고 있는 만큼 학교 측이 A씨의 수사경력자료를 확보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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