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정치인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이자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을 역임했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고 기성 문단을 통렬하게 비판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3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통해 한국인의 특성을 독창적인 관점으로 짚어냈다. 이 에세이는 6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시대의 명저로 손꼽힌다.
1982년 발표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통해 일본 사회를 심층적으로 파헤쳤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개·폐회식을 총괄 기획했다.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에 오른 고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 발족, 경복궁 복원 계획 수립 등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힘썼다.
이후 2006년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친 '디지로그'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상생하는 사회를 예상했다. 이러한 그의 예측은 현재에 들어 탁월한 견해임이 확인됐다. 또 2013년 출간한 '생명이 자본이다'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의 키워드로 생명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다보는 시대의 지성으로서 열정을 보였다.
그는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등 저서 집필에 몰두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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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장례는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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