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가 바뀌고 어느덧 20년도 더 지났다. 세계에서도 우리나라는 가장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라고 한다. 그렇다. 6·25 전쟁이라는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국토 대부분이 폐허가 돼버린 자그마한 나라가 종전 후 70년 남짓 흐른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찾고 싶고 또 살고 싶은 나라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나라에 대한 주관적인 감각 또한 많이 바뀐 듯하다. 아주 어릴 때 일본어 잔재를 없애야 고운 우리말을 지킬 수 있다는 초등학교 선생님 말씀에 초·중·고·대학 시절에 국어 사전을 내내 끼고 살았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악착같이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는 강박증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애국심과는 별개로 영어를 잘 하고 싶은데 왜 우리나라 말은 언어구조가 영어와 이리도 달라서 배우기도 발음하기도 어려울까 한탄도 하곤 했다. 입만 떼면 배웠다는 이들도 ‘선진국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 꽤 자연스러웠다. 복합적으로 열등감이 우리 세대에 내재돼 있었던 것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2, 3년 사이 갑자기 이 감각이 바뀌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오스카 상을 휩쓸더니 이어서 우리나라 여배우가 세계 각국의 여우조연상이란 상은 싹 다 거두지를 않나, 그룹 BTS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차트에 노래를 바꿔 가면서 1위를 계속 지키고 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그 분야의 본거지인 서구에서 이미 활약이 대단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흥이 넘치는 우리 민족성이 이제 빛을 발하나 싶다.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화 강국의 염원이 바로 실현되고 있나보다. 그런데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는 건 문화 분야만이 아니라는 게 더 놀라웠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역병에 안전한 나라로 여겨져 너도 나도 우리나라로 오고 싶고, 살고 싶어 한단다. 모든 분야에서 ‘K’를 붙이면 갑자기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우리나라 위상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건 확실한 것 같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일제 식민지 시절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우리나라를 표현했다고 어릴 때 들은 기억이 있어, 이분이 예언가적 자질도 있나 하고 찾아 보니 이 시는 실제 우리나라를 위해 쓴 글은 아니란다. 뭐 아무래도 좋아, 자아도취인지 몰라도 어찌됐건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활약하게 된 시점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갖게 된 이 피로감은 뭘까.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의 영향인 듯하다. 여기저기 회자되는 내용이 꽤 피곤하고 골치가 아프다. 난무하는 거친 언어로 인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밀려 오기도 한다. 그래도 대한민국 한 명의 국민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기회를 그냥 보내면 안되겠지.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는 부디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함께하는 통합의 정치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이편 저편으로 나뉘어 소시민들 사이에서조차 불편한 언어가 난무하는 일상은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생각이 달라도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였으면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투표는 반드시 하자. 누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반드시 투표소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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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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