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 "사기꾼을 사기꾼이라 부르지 못하고…"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
2017년 11월18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에서 열린 모 종친회 행사 자리에서 지역회장 A씨(54)와 대종회 임원 B씨(64)가 이같이 소리쳤다. 차기 대종회 회장 후보자 C씨가 선출을 앞두고 종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는 없었지만, A씨 등은 C씨가 회장이 되는 데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혀온 상황이었다. A씨는 전날에도 "부끄러운 회장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한달 전 종친회의 다른 자리에서 "(C씨를) 회장을 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사기꾼'으로 불린 C씨가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C씨의 고소에 A씨와 B씨는 수사를 받게 됐고, 검찰은 이들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고, 증인들의 증언과 당시 사진에 나타난 정황도 이에 부합한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2심 법정에서 A씨와 B씨는 "이 사건 발언이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이들은 "C씨는 사문서위조죄와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죄 등으로 형사처벌받은 사실이 있다"며 "진실된 사실을 말한 것으로서, 문중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정당한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발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인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사실조회 결과 C씨가 위증교사, 사문서위조 등으로 1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확인되지만,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며 "피고인들이 말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발언의 주된 취지는 C씨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히 사기죄 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발언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내용이 진실과 약간 다르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맥락상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형법 제310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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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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