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진실공방 속 대장동 5인방 오늘·내일 공판…5월21일 전까지 선고
재판부 '절차 간소화' 요구에
변호인들 "원칙대로 진행" 주장
검찰·피고인 의견서 제출 받아
녹취록 증거능력 마지막에 판단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김대현 기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공판이 이틀 연속 열린다. 24일 첫날은 ‘정영학 녹취록’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오전 이들 5명의 여덟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재판 구성원이 바뀌어 공판 갱신 절차를 개시하겠다"면서도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검찰과 피고인들 양측에 물었다. 통상 형사재판 피고인들은 앞선 절차를 간략하게 요약하는 방식의 공판 갱신 절차에 동의한다. 또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구속상태"라며 구속만기 전에 재판을 마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 변호인은 "간이하게 진행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여러가지 기록도 방대하고, 쟁점들을 보면 사실 인정에 대해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세분 모두 변경된 상황이라면, 원칙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생각한다. 녹취파일 전부를 재생해 청취하는 방법으로만 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 회계사 측은 공판 갱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계사의 변호인은 "증인신문이 이뤄진 녹음 파일 전부를 재생하는 방법으로 절차를 갱신하는 것은 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법 절차를 따르더라도 좀 간이한 절차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건심리에 속도를 내 모든 피고인들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5월21일 전까지 선고를 내기로 했다. 다만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대해서는 신중모드다. 재판부는 재판 때마다 "녹취록의 증거능력은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검찰과 피고인들측의 의견서를 계속해서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견들을 조율한 뒤 정영학 회계사의 심문을 공판 막바지에 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공판에서도 "녹취록의 증거능력 여부는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영학 녹취록은 최근 법정 밖에서 신빙성이 많이 떨어진 분위기다. 녹취록 내용 일부를 두고 정치권에선 연일 ‘진실공방’을 하고 녹취록 속 인물들은 그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들 중 정 회계사를 빼고 나머지는 녹취록을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인 녹취록 속 ‘그 분’의 실체를 두고도 말이 많다. 전날에는 ‘그 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조 대법관은 녹취록 서류에 누군가가 ‘그 분’에 필기구로 이름 석자를 적어놓은 것이 확인돼 ‘그 분’으로 지목됐다. 녹취록 내용에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현직 대법관이라는 설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외에 명확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조 대법관의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녹취록 속 인사들 중 일부만 골라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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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넘치는 배경에 검찰의 부실수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선 차선책이 될 단서를 찾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22일 50억 클럽 의혹이 있는 곽상도 전 의원을 구속기소한 뒤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뤄두고 사실상 ‘개점휴업’했다. 수사의 문은 열어뒀지만 수사는 잠시 멈췄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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