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 넘긴 대한항공…앞으로 행방은(종합)
공정위 조건부 승인
美·EU 심사…LCC 통합도 남아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큰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심사와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과정도 남아 갈 길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의 까다로운 조건에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효과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건부 승인 얻은 대한항공=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13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운임 인상 등의 경쟁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노선에서 10년간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운수권 이전(구조적 조치), 운임 인상 제한(행태적 조치) 등의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이 같은 까다로운 결정으로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악화가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점유율이 높았던 노선을 타 항공사에 배분하는 만큼 인수·합병(M&A)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경쟁사에 반납하면 가격결정권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상이 된 노선들의 경우 LCC가 대형기를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방민진 유진투자 연구원은 "네트워크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시너지를 일부 훼손할 수 있는 내용처럼 보인다"면서도 "대형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는 것은 LCC들에게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기업 병합을 위한 큰 산을 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또 태국으로부터는 사전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의 신고국의 경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부터도 승인받았다. 필리핀으로부터는 신고 대상이 아닌 만큼 절차를 종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외국 허가에 LCC 통합까지 산 넘어 산= 대한항공은 미국, 중국, EU, 일본, 영국, 호주 등 6곳으로부터 심사 결과를 앞두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임의 신고 국가지만 기업결합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신고한 국가다.
일단 업계는 타국에서의 심사가 무난하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 조건부 승인이 난 만큼 다른 국가들도 이를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항공자유화국가로 운항 시 운수권이 필요 없고 상대적으로 노선 조정이 쉬운 만큼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변수다. 중국은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견제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막은 EU의 경우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78척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중 47척을 두 회사가 수주해 시장점유율 60%를 넘는 등 독과점 우려가 작용하면서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에서 2019년 기준 탑승객수 1위와 2위의 사업자지만 세계에서는 44위와 60위인 만큼 영향적인 측면에서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오히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너무 세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했기 때문에 타국도 이를 고려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우리가 승인을 했으니 타국에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국에서 과도하게 나온다면 타국에서도 이를 감안해 면밀하게 검토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의 승인은 7부 능선을 넘은 것이 아닌 이제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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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심사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심사가 끝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획득할 예정이다. 총 들어가는 금액은 1조5000억원으로 계약금 4000억원과 중도금 3000억원은 이미 납부한 상태다. 유증까지 완료하면 총 63.9%의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이후 자회사로 2년 정도를 운영한 뒤 하나의 회사로 합병한다. 이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 LCC도 합병할 예정으로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진정한 의미의 통합항공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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