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쟁 위기 땐 주가 하락해도 발생 이후 무난히 회복
러 경제 제재 압력에 유가 급등…인플레·긴축 두려움 팽배

그 어떤 전쟁도 버텨냈던 증시…엎친데(인플레) 덮쳐(긴축) 헬스피·헬스닥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으면서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한 채 장을 마감한 영향을 받은 14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2% 안팎으로 추락하며 파랗게 질렸다.


1990년 이후부터 전쟁이 벌어졌을 때 증시를 보면 전쟁 발생 전에는 발생 확률이 높아지면서 하락하다가 전쟁이 실제로 발생한 이후에는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증시가 전쟁 포비아(공포증)를 무난히 극복한 것이다. 다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 우려는 셈법이 조금 복잡하다. 산유국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돼서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공포가 찾아온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인플레이션과 긴축 강화)으로 악재가 쌓여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리스크, 잘 회복한 증시= 2001년 911테러 발생일 당시 S&P500은 11.6% 급락했지만 31거래일 만에 하락분을 모두 되돌렸다. 마찬가지로 2020년 이란군 장군이 공습으로 사망했을 당시 S&P500은 5거래일 만에 회복했고,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당시에도 3거래일만에 하락세를 되돌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따른 유럽 서방국가들의 제재 압력이 심화됐던 당시 증시가 회복되는 기간도 그리 길진 않았다. S&P500과 코스피는 약 한 달 간 기간 조정을 거치고 이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러시아는 1~2차 체첸 전쟁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위기의 당사자였는데 당시 글로벌 증시는 해당 이슈에 개의치 않는 흐름을 보였다"면서 "좀 더 시야를 확장해 미국 등 다국적군이 참여한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보더라도 전쟁과 주식 시장이 역의 관계를 갖는다는 장기적 증거를 확인할 수 없어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측이 가능한 경우 시장 영향 위험도는 더 낮아진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걸프전의 사막의 폭풍작전,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직전 주가는 전쟁의 발생 가능성을 반영해 조정 국면을 지나 상승 추세가 이어진 반면 예상되지 않은 전쟁인 태평양 전쟁(진주만 공습), 한국 전쟁, 걸프 전쟁은 전쟁 발발 이후 최소 10거래일 이상 주가 조정이 이어졌다"면서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 증시는 전쟁 가능성을 반영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 어떤 전쟁도 버텨냈던 증시…엎친데(인플레) 덮쳐(긴축) 헬스피·헬스닥 원본보기 아이콘


◆변수는 유가 "인플레이션과 긴축"= 이번 사태에 세계 증시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전쟁 이면에 존재하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강화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6% 치솟은 배럴당 93.10달러로 마감해 7년 반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서구권이 러시아에 각종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력이 가해질 경우 전 세계 원유 시장 점유율 2위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원유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물가 상승세가 좀 더 지속될 수밖에 없고 물가 상승은 긴축 강화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사실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기폭제(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세계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를 우려한다. 과거 데이터에서도 전쟁 충돌 지역과 리스크 장기화 유무가 증시 조정 폭과 회복 기간에 영향을 미쳤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990년 당시 발생했던 걸프 전쟁은 사태가 일단락되기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면서 "WTI의 절대적인 레벨은 낮았으나, 발생 이후 최대 70% 상승했으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 또한 70bp가량 올랐는데 당시 S&P500과 코스피가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하는데 소요됐던 시간은 6~ 7개월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AD

국내 증시의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헬스피(지옥 헬+코스피), 헬스닥(지옥 헬+코스닥)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새해 들어 전쟁 발발 위기가 고조된 11일까지 코스피는 7% 넘게 하락했고 코스닥은 15%나 빠졌다. 특히 코스닥은 세계 증시에서 하락률이 가장 큰 꼴찌 수준이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계속 이어진다면 추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회복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