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근 강릉시장 '인사 전횡' 유죄 판결 뒤집혀… 대법, '편법 승진' 재량권 행사로 봐(종합)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 단행한 인사에서 기존 승진 대상자를 제외하고 직무대리 발령을 통해 편법적으로 부적격자들을 국장으로 승진시킨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김한근 강릉시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11일 대법원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시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합리적인 인사 재량에 따른 것으로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지방공무원법 제26조와 제39조 4항 등을 근거로 들어 "임용권자는 결원 보충의 방법과 승진임용의 범위에 관한 사항을 선택해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또는 승진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8조의5가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고, 임용권자로 하여금 가급적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존중하라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용권자의 인사와 관련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는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인사 재량권을 고려해 해당 규정으로 인해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을 부당히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처벌규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따라서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임용권자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인사에 관한 행위를 했다면 쉽사리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은 피고인이 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대한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나, 임용권자가 발생한 결원 수 전체에 대해 승진임용의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결원 수의 일부에 대하여만 인사위원회에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를 요청한 것만으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릉시장에 당선된 김 시장은 4급 공무원 결원에 따른 승진임용 시 승진후보자가 있을 경우 인사위원회에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4명의 결원자 중 1명만 승진후보자 중에서 임용하고 나머지 3명을 승진후보 대상이 아닌 자를 직무대리로 발령 낸 뒤 국장 임명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승진시켜 강릉시인사위원회가 승진임용에 대한 사전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김 시장은 시장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8년 6월 20일 강릉시장 당선인 신분으로 강릉시장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A 총무과장과 B 인사계장으로부터 "'2018년 7월 1일자 기준 강릉시청 4급 공무원 중 건설수도본부장 등 3명이 명예퇴직을 하고, 복지환경국장 등 5명이 공로연수 예정이므로 총 8명의 결원이 발생하는데, 그 중 한시적 보직 2자리를 제외한 총 6명에 대한 승진인사 요인이 발생하고, 승진후보자가 없는 '보건소장' 및 직위승진이 가능한 '농업기술센터소장' 보직을 제외하고 행정직렬 3명, 시설직렬 1명에 대해 4급 승진인사를 해야 하며, 승진소요 최저연수 등 승진자격을 갖춘 5급 공무원은 행정직렬 3명, 시설직렬 1명이다"라는 취지의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취임식 전날인 2018년 7월 1일경 김 시장은 강릉시청 시장집무실에서 A 과장으로부터 재차 위 서면보고와 같은 내용의 구두보고를 받고 A 과장에게 "행정직렬의 경우 결원 1명에 대해서는 C를 승진임용 할 것이지만, 나머지 결원 2명은 직무대리로 발령할 것이며, 시설직렬의 경우 결원 1명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공무원을 직무대리로 발령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A과장이 '승진후보자들이 있는데 직무대리자를 발령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나 김 시장은 재차 위와 같이 직무대리자를 발령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A 과장은 "그럼 한번 검토를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시장집무실을 나와 B 계장에게 김 시장의 지시내용을 전했으나, B계장은 A 과장에게 지방공무원 인사실무 책자 등에 기재된 인사규정을 보여주며 '지방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행정직렬 및 시설직렬의 경우 승진후보자 명부에 후보자가 있는데 그들을 제외하고 직무대리를 운영하는 것은 인사규정에 맞지 않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A 과장은 다시 시장집무실로 찾아가 김 시장에게 B 계장의 보고내용을 전달했지만 김 시장은이 재차 '직무대리자를 발령하겠다'는 취지로 지시하자 A 과장은 B 계장에게 "시장님의 의지가 완고하니 어쩔 수 없다. 시장님의 지시대로 진행하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2018년 7월 2일 오전 강릉시장으로 취임한 직후, 4급 공무원 결원에 따른 승진임용 시 승진후보자가 있을 경우 인사위원회에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B 계장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행정직렬의 경우 결원 중 일부를 직무대리자를 발령해 운영하고, 시설직렬의 경우 승진후보자가 있는 건축직류가 아니라 승진후보자가 없는 토목직류에서 직무대리자를 발령해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인사요인보고 문서를 결재하고, B 계장으로 하여금 강릉시장 명의로 강릉시인사위원회 위원장에게 같은 내용의 '인사위원회 안건심의 요청'을 보내게 했다. 그에 따라 강릉시인사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인사위원회 안건심의'를 개최하고,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진행해 위 요청서 내용과 같이 행정직렬의 경우 C 1명만 승진임용자로 의결하고, 시설직렬의 경우 토목직류 공무원들만 후보자로 기재된 직무대리 후보자 명부에서 D를 직무대리자로 의결했다.
이후 피고인은 2018년 7월 3일자 4급 국장급 인사 발령 시, 행정직렬 4급 결원 3명 중 1명에 대해 승진임용자로 C를 행정국장에 보직하고, 나머지 결원 2명에 대해서는 승진후보자 명부에 없는 E를 산업경제국장 직무대리로, F를 복지환경국장 직무대리로 각각 발령했으며, 시설직렬 4급 결원 1명에 대해서는 승진후보자 명부에 없는 D를 건설수도본부장 직무대리로 발령하고, 위 3명에게 각 국장 임명장을 수여한 후 본래 자신들의 업무가 아닌 해당 국장 및 본부장의 업무만을 하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 권한을 갖는 강릉시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4급 결원 수를 3명이 아닌 1명으로 보고하고, 시설직렬 4급 승진후보자가 있음에도 승진후보자 명부를 제출하지 않도록 해 강릉시인사위원회의 승진임용에 대한 사전심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도록 함으로써 승진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서 김 시장 측은 "임용권자인 시장에게 승진임용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돼 있고, 승진예정인원을 산정하고 직무대리를 발령할 권한 역시 시장에게 있으며, 인사위원회는 시장이 산정한 승진예정인원을 전제로 심의를 하는 것일 뿐 승진예정인원에 대한 당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은 강릉시의 오랜 인사적체, 국장 단기 재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행정의 방편으로 직무대리 제도를 활용했을 뿐, 승진임용에 관해 이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김 시장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먼저 "누구든지 임용에 관해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바,(지방공무원법 제42조) 위 규정의 취지는 임용권자 이외의 자가 임용권자의 임용행위를 방해하거나 임용권자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보호하고자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인사행정의 기초가 되는 임용제도의 공정성을 임용권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므로, 임용권자라 하더라도 이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됨이 명백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이어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이 있기는 하지만 임용권자별로 인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 사전심사 의무를 인사위원회가 관장하며,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결과에 따라야 하므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사무 처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사전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면 마찬가지로 지방공무원법 제42조를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A 과장과 B 계장으로부터 승진후보자가 있는데도 승진임용을 하지 않고 직무대리자를 임명하는 것이 관련 규정이나 인사원칙에 맞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거듭 받았음에도 자신의 뜻에 따르라면서 위와 같은 지시를 계속 유지했는바, 피고인에게 승진임용에 관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과 의시가 있었음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김 시장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 사유와 관련 "이 사건 범행으로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온 두 사람이 결국 4급으로 승진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두 사람이 겪은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며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에 의해 선출되기 시작하면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사 권한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범행으로 이러한 지방공무원법의 입법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지방자치단체장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임용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로 지방공무원법이 정하고 있는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에 해당해 승진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김 시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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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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