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는 韓 기업…해외 돌발 변수에 숨죽인 재계
美, 러시아 제재 움직임…車·부품업계 수출 타격 불가피
스마트폰·가전업계 악영향, 긴장 지속땐 원자재값 폭등
EU, 통상위협시 즉각보복 법안 추진하면서 연쇄 타격 우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최대열 기자, 이혜영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러시아 경제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영향권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통상위협 시 보복조치 법안 추진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에 따른 반중 감정까지 격화되는 등 불확실한 대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형국이다. 정치권발(發) 각종 규제로 국내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판매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해외 돌발 변수까지 속출하면서 재계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고조되는 전운… 韓 기업 긴장= 9일 재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 고조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산업군은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항공·해운, 석유화학, 시멘트 등 광범위하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 중 하나로 국제 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카드를 꺼내들 경우 수출입대금 규모가 큰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41억5100만달러어치로 전체 수출액의 42%에 달한다. 단일 수출품목으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수출·입 교역이 막힐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완제품을 거래하는 것은 물론 현지에 있는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에서 드러났듯 핵심부품 한두개만으로 전체 가치사슬이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당장 중요 부품의 재고를 미리 쌓아두는 것도 적절치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미국이 반도체 제재 카드를 꺼내 제3국에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막을 경우 스마트폰의 러시아 수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현지에 가전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LG 등 가전업계가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우려도 있다. 또 현지 가전공장이 내수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전쟁까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와 인근 지역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3대 주력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 수입국이라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침공까지 가지 않더라도 긴장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미 오를대로 오른 국제 원자재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다 수입품목인 원유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물량이 42억7000만달러로 한 해 전에 비해 80%가량 늘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입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고 석탄은 두 번째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헤지를 하고는 있지만 긴장관계가 계속될 경우 추가 상승에 따른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통상장벽 높이는 EU… 악재 산적= EU가 회원국 보호를 위해 제3국으로부터의 통상위협 발생 시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도 우리 기업들이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 법안이 시행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경우 공급망을 비롯한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EU집행위가 최근 발표한 ‘통상위협대응 규정안’은 다른 국가가 EU 및 회원국에 경제적 위협을 가할 경우 해당국에 대한 광범위한 대응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제재 가능 범위는 상품과 서비스·외국인 직접투자·공공조달·금융서비스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또 긴급 상황으로 판단할 경우 별도의 의결 절차 없이 집행위가 즉각 보복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대응조치를 제3국 정부뿐 아니라 연관된 개인·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경제제재’의 성격도 가진다.
한국 기업은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경우 장기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EU에 경제적 위협을 행사하는 제3국을 통한 한국 기업의 수출이 진행될 경우 통관 거부 등이 취해질 수 있고 전반적인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조빛나 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한국이 EU로부터 보복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있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들이 예상치 못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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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한복 및 편파판정 이슈 등으로 한중 간 감정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한국 기업들엔 위협 요인이다. 자칫 글로벌 최대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슈에 민감한 스마트폰, 자동차 품목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이혜영 기자 h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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