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동장군의 선물…꽁꽁 언 물위를 걷다
인제 아침가리계곡 얼음트레킹-한발 한발 자연과 하나가 된다
여름철 계곡트레킹으로 유명한 인제 아침가리계곡은 겨울이면 얼음트레킹을 즐기려는 매니아들의 성지가 된다. 구절양장으로 이어지는 깊은 계곡을 따라 걷는길은 여름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히 거셉니다. 이럴 때 일수록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만끽해보는것은 어떨까요. 바로 계곡 얼음 트레킹입니다. 국내에서 여름 계곡 트레킹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걱정은 조금 덜어낼 수 있는 청정지역입니다. 오지중 오지로 꼽히는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계곡입니다. 소위 은둔의 계곡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침가리는 '3둔(살둔· 월둔· 달둔) 4가리(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중 한 곳입니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해서 아침가리로 불립니다. 그만큼 깊은 계곡이란 뜻이겠지요. 오지의 청정수가 첩첩산중을 적시며 흐르고 휴대폰은 잠시 바깥세상과 이별을 고합니다. '빠드득 빠드득' 등산화에 매달린 아이젠이 얼음을 찌르며 내는 소리만이 계곡에 가득한 그런 길입니다. 청청한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계곡으로 떠나봅니다. 여름계곡트레킹과는 달리 사서 고생 할 수 있는 겨울 얼음트레킹만의 즐거움을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강원도 계곡을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침가리다. 태고의 자연미가 넘치는 계곡은 조경동에서 방동리 갈터로 이어지는 15km정도의 협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얼음 트레킹은 아침가리골 하류가 방태천과 만나는 지점인 인제군 방동리 갈터마을(갈터쉼터)에서 시작한다. 방태천 건너편에 보이는 깊은 계곡으로 진입한다.
여름이면 전체 구간 트레킹을 추천하지만 겨울에는 짧게 다녀오는 것을 권한다. 아침가리골 최하류에서 상류의 비포장길과 만나는 조경동교까지는 약 7km 거리다. 얼어붙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특히 겨울 트레킹은 들머리와 날머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 보다 걷기가 힘들거나 지루하면 바로 원점으로 회귀하는게 좋다.
따뜻한 음료와 보온용 외투를 담은 배낭을 지고 얼음왕국으로 향한다. 춥지 않은 계절엔 시원하게 흘러내릴 계곡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계곡 입구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한발 얼음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여름철에는 수심이 깊어서 들어갈 엄두도 못 낼 곳을 걸어볼 수 있다는 것에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아침가리계곡은 구절양장 이라는 말에 비유될 만큼 곳곳이 소(紹)와 바위, 자갈밭, 모래톱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기운이 물씬하다.
들머리에서 약 2.4km 지점을 지나면서 휴대폰 불통지역이 시작된다. 약 3.7km 구간까지 불통지역이 이어진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위해서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휴대전화 불통 구간이 꽤 길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절대 혼자서는 가지 않는것이다.
군데 군데 얼음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은 명경지수가 따로 없을 정도로 맑고 고요함을 자아낸다. 들머리에서 4km 정도 상류로 올라가면 바위절벽 아래 거대한 소가 나타난다.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트레커들 사이에 뚝발소로 불리는 곳이다. 아침가리골에서 가장 깊은 소다. 특별한 이정표는 없지만 계곡에서 보았던 곳 중에서 소가 가장 깊다면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시커멓게 깊은 뚝발소가 거대한 얼음창고로 변해있다. 여름이라면 더위에 지쳐 풍덩 계곡속으로 뛰어들어보기라도 하겠지만 겨울엔 그런 재미는 없다.
뚝발소는 얼마나 깊이 얼어붙어 있는지 가늠조차 힘들 정도다. 하지만 투명한 얼음 아래 물속이 훤히 내려다보이니 그 짜릿함에 발을 내딛어 볼 엄두를 낼 수 없다. 옆으로 돌아 가장자리를 통해 계곡을 오른다.
첩첩산중, 아침가리라 했던가. 오르는 동안 계곡 일대에는 인적 하나 느낄 수 없다. 한때는 이골짜기에 수백명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울진ㆍ삼척 무장공비사건 이후 모두 떠났다.
계곡은 단 한 번도 속을 시원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계곡이 휘어지면 하늘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지만 착각으로 끝난다. 계곡 끝에 또 장벽처럼 까마득한 협곡이 서 있다.
어느 순간 울퉁불퉁하던 바위계곡이 평평한 얼음판으로 변한다. 넓게 조성된 계곡 물놀이장 같은 공간이 빙상장처럼 매끄럽게 펼쳐져있다. 잠시 힘든것도 잊고 썰매놀이에 정신없다. 배낭에 지고 간 작은의자가 훌륭한 썰매가 된다. 함께한 동료와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면서 잠시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어본다.
그렇게 한참을 보내고 다시 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곡은 평지로 바뀌고 임도와 조경동교를 만나면서 트레킹도 끝난다. 다리 오른쪽에 간이무인매점이 있다. 컵라면, 커피 등을 판매하며 재래식 화장실도 있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계곡 상류로 오르면 좀더 길게 계곡 트레킹을 이을 수 있지만 보통은 여기서 끝낸다. 하산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과 고개 넘어 방동약수터 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양쪽 코스 모두 소요시간은 비슷하지만 그냥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편하다.
겨울 계곡은 해가 넘어가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골바람까지 더해져 수은주는 급강하한다. 특히 아침가리골은 해가 드는 시간이 짧기에 늦은 시간에 트레킹을 시작하면 무리다. 이른 아침에 시작해서 오후에는 출발지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것이 좋다.
인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동홍천나들목을 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속초방면으로 간다. 인제읍에서 내린천을 따라 현리, 방동약수로 가면된다. 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인제IC까지 가서 방동약수방면으로 가도된다.
△먹거리=방태산 자연휴양림 인근의 방동막국수가 유명하다. 막국수, 편육, 감자전 등을 내놓는데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설피밭 마을에도 산채정식, 파전 등을 파는 음식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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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방동약수 외에 미산리의 '개인약수'도 있다.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을 비롯해 곰배령 생태길탐방, 설피마을, 진동계곡 드라이브, 원대리 자작나무숲, 수산리 자작나무숲길 등 체험과 힐링명소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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