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명의 주식' 강동구청 공무원… 금융실명법 위반 빠진 이유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씨(47)는 빼돌린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를 활용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차명 계좌를 사용한 셈인데, 경찰은 김씨에 대해 검찰에 송치하면서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금융실명법 위반은 이른바 '목적범'에 해당하기 때문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가 김씨에 대해 지난 3일 검찰에 송치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특경법상 업무상 횡령, 공문서 위조, 위조 공문서 행사,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모두 5개다.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제3조 3항에 해당돼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행 금융실명법 제3조 3항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 실명으로 금융 거래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족 명의로 주식 투자를 한 것이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 역시 김씨가 횡령금을 숨길 목적, 또는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가족 명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준성 변호사(법무법인 하우)는 "법원 판례를 살펴봐도 금융실명법은 범죄수익은닉이나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 등 악용을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이런 악용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사용했어야 금융실명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동구청에 입금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분담금 115억원을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께까지 230여 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주식투자로 진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공금으로 채무를 갚은 뒤 주식으로 수익을 내 원래대로 공금을 돌려놓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주식 투자 과정에서 가족 명의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들은 김씨가 돈의 출납을 알 수 없도록 계좌 알림설정을 모두 꺼놔 이 같은 범행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주식 '미수거래'에 손을 댔다가 횡령금 115억 가운데 주식에 투자한 77억원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경찰은 전날 김씨가 주식으로 날린 혈세를 메우기 위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했다. 김씨 소유 계좌 잔액과 부동산 일부 등 약 5억7000만원 상당이 그 대상이다. 경찰은 재산을 추가로 파악해 2차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