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토론, 절실한 유권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설 연휴 밥상에 오를 뻔한 거대 양당 대선후보의 토론은 결국 무산됐다. 법원의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도 양측이 유튜브 중계를 제안하며 기대를 잔뜩 끌어올렸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정치 경험이 일천한 이들의 밑천까지 엿볼 기회를 놓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첫 양자 토론은 불과 한 달여를 남긴 대선의 민심 향배를 결정지을 분수령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양측간 실무협상단 대면회의는 처음부터 힐문이 이어졌다. 지난 28일부터 시작한 실무협상단 대면회의는 30일 저녁까지 계속됐고 토론이 예정됐던 31일에는 만나지도 않았다.
마지막에는 '자료지참'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해 "국정 전반에 대한 공부가 전혀 안 된 후보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난했고 국민의힘은 "자료없이 토론하자는 게 사기쇼나 거짓말, 혹은 수다나 떨자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라고 되받아쳤다. 결과적으로 토론회는 무산됐지만 이들은 '불발'이라는 선언을 하는데 먼저 나서지도 않았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토론회 무산 원인으로 상대방을 지목하며 마지막까지 국민들 앞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따지고 보면 '자료지참'을 막을 명분은 누구에게도 없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토론회 관리규정에도 '토론자는 토론회에 에이(A)3 용지 규격 이내의 서류·도표·그림·그밖의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들이 계획한 토론회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이 아니었지만 사실상 정식 방송 토론 양식을 빌려온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 측의 요구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토론에 자신 있다고 했으니 통 크게 수용했으면 됐지 않느냐"는 국민의힘의 입장도 유권자를 숫제 설득시킬 수는 없어 보인다. 양자토론 성사를 위해 '원하는 대로 토론하자, 주제구획 요구는 철회하겠다'는 취지로 줄곧 양보 입장을 보인 쪽은 이 후보다. 앞서 이 후보 측은 토론 일자, 시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 측이 원하는 바를 대부분 수용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증의 기회'가 절실했던 쪽은 유권자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6%가 'TV 토론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책 검증은 당연하고 가족 욕설, 대장동 사태, 배우자 발언, 무속 논란까지 거대 양당 대선후보를 향한 도덕성에 대한 입장을 직접 듣고 선거장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오늘 저녁 예정된 4자토론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의 뜨더귀식 정책으로 이 후보 측은 개혁을 보여주지 못했고 윤 후보 측은 보수의 품격을 지켜내지 못했다. 후보들이 저마다 정책 검증을 다짐하고 있지만 이번 토론회가 정책 경쟁의 장이 될 지, 또 다른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전락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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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이들의 토론을 꼼꼼히 챙겨야한다. 초단문 SNS 메시지로 내놓는 정책에 대해 감식안을 갖기에 남은 한 달은 턱없이 부족해 토론은 더 중요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수식어가 선거 이후에도 따라다닐 것으로 보이지만 토론에서 도덕성을 확인하고 대한민국의 과제와 미래를 이끌 비전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들에게 투자하는 2시간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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