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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년 박근혜 정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합헌"… 재산권 침해 아냐

최종수정 2022.01.27 17:46 기사입력 2022.01.27 16:56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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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취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개성공단 투자기업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7일 헌재는 개성공단 투자기업인과 협력기업인 등이 박 전 대통령과 당시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재산권을 침해했다"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투자기업들의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합헌) 결정했다. 협력기업인들의 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오후 2시에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지시했다. 그리고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5시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2016년 2월 11일 오후 5시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했고,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280여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했다.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 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됐다.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145명과 개성공단 투자기업 혹은 그 자회사와 거래하던 협력기업 관게자 18명은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의 일련의 조치들로 재산권(영업의 자유)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2016년 5월 9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먼저 협력기업인들의 경우 헌법소원을 침해할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직접 기본권을 침해당했어야 하는데 이들이 입은 피해는 간접적인 피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협력기업인 청구인들은 개성공단 투자기업 등과 거래하던 국내기업으로 이 사건 중단조치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고, 이 사건 중단조치로 개성공단 투자기업 등이 받은 영향으로 말미암아 영업이익이 감소되는 피해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간접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위 청구인들은 이 사건 중단조치에 관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투자기업인들의 경우 재산권이 직접 제한됐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격이 인정된다고 보고 기본권 침해 여부를 검토했다.


먼저 헌재는 이 사건 중단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의 일련의 조치는 대통령이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66조, 대통령의 행정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11조,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8조 1항 2호,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15조의3 등 헌법과 법률상 근거가 있다고 봤다.


청구인들은 일련의 조치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어떤 정책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의 판단재량이 인정되고, 특히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책은 긴급성, 기밀성 등의 특성으로 인해 국무회의 심의보다 다른 헌법상 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더 효율적이고 적절한 의사 결정의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무회의 심의가 아닌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치도록 한 대통령의 절차 판단이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이 사건 중단조치를 내리기 전에 국회와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했다거나,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청취절차가 반드시 요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중단조치는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는 투자기업인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 효력과 존속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과거 사례에 비춰 이 사건 중단조치가 신뢰이익을 침해하는 정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봤다. 반면 이 사건 중단조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그와 같은 신뢰의 손상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나아가 헌재는 이 사건 중단조치로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이 공익목적을 위해 제한되는 공용 제한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23조 3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헌재는 이 사건 중단조치로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합하며 ▲기본권을 최소 침해해야 하고 ▲침해되는 사익과 수호하려는 공익 사이에 균형성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이다.


헌재는 "이 사건 중단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경제적 제재조치를 통해 저지하려는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하고, 북한 핵 위기의 핵심 당사국으로 독자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국제적 공조를 유도하여 종국적으로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며, 동시에 경제제재 조치와 관련된 영역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은 경제제재 조치로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에 부합하고, 개성공단 현지 체류 근로자 등의 철수조치를 통해 북한의 보복적 대응에 노출되는 우리 국민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그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기본권을 가장 적게 침해할 수 있는 조치였는지와 관련 헌재는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단계적 중단만으로는 일괄 중단의 경우와 동일한 정도로 경제제재 조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 하에 채택된 것이고, 그러한 판단이 현저히 비합리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단 기간을 미리 한정하기 어렵고, 체류인원 제한 조치 역시 설비나 생산 물품 반출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협조 여하에 따라 일부는 변경도 가능한 임시조치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 사건 중단조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개성공단에서의 협력사업과 투자자산에 대한 보호는 지역적 특수성과 여건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관련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령은 그러한 특수성 등으로 인해 개성공단 투자기업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중단조치는 그러한 법령에 따른 피해지원을 전제로 한 조치였고, 실제 그 예정된 방식에 따라 상당 부분 지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중단조치로 투자기업인들이 입은 피해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이라는 경제적 제재조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및 계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피청구인 대통령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 보기도 어려운바,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범위 내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한 판단과 선택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이 사건 중단조치는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중단조치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투자기업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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