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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결정문에 담긴 법원의 거듭 제언… 응답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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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이 추가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이 추가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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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가 14일 공개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문은 A4 용지 23쪽 분량이다. 서울시내 대형마트, 상점, 백화점에 한해 방역패스 효력을 중지한 판단, 그리고 그 근거가 정제된 문장으로 담겼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역패스의 공익성을 인정했다. 앞서 같은 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가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과 다소 배치된다. 다만 방역패스에 대한 우려, 또 이를 강행하는 정부에 대한 당부 메시지를 담은 것은 일치한다. 방역패스 정책이 야기한 사회적 갈등의 봉합을 위한 사법당국의 제언이기도 하다.


방역패스 공익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방역패스 공익성에 대해 정부 측 주장을 상당 부분 인용했다. 앞선 7일 심문에서 공익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지적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 선방한 셈이다. 당시 정부 측은 방역패스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대해 미접종자 보호, 의료체계 붕괴 방지 등을 언급했으나, 근거가 미흡했단 평가가 따랐다. 정부 측은 심문 이후 제출한 소명자료를 통해 부실했던 논리를 보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역패스는 백신 미접종자인 코로나19 확진자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춰 의료대응 여력을 확보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접종률(3차 접종률)을 제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소명자료로 제출한 통계 등에 의하면, 방역패스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 전체의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중증화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의료체계 붕괴를 막아 중증환자의 생명권·건강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적인 수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 자체의 공익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만 이런 방역패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밝혔다. 재판부는 "방역패스가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시행된다면 미접종자들은 생활 필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강제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서울시내 대형마트, 상점, 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 정지란 결론에 도달했다.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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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백신접종 유도해야"… 법원의 제언

재판부는 아울러 결정문 말미 정부를 향해 방역정책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우선 코로나 유행 억제는 방역패스 효과가 아니라 '국민' 덕분이란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 시행 전부터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 위험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백신을 신속하게 접종했다"며 "이를 통해 향후 코로나 감염으로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걸 막을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현재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광범위한 방역패스 정책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재판부는 "자발적인 백신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중증화율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라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득이 한시적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범위를 최소화해 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법원의 거듭된 당부이자 제언이다. 앞서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같은 법원 행정8부도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결정문에 담았다. 당시 재판부는 "청소년에게 학원·독서실 등 이용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며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위중증률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라고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민 기자 kimhyun81@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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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귀에 경읽기' 되나

정부 측은 그러나 이런 법원의 거듭된 당부에 귀를 닫은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법원의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패스 효과가 충분하다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일부 인용 다음 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법원 판결(결정)과 관계 없이 지금까지처럼 학생, 학부모에게 백신접종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계속해 홍보해 나가면서 접종을 독려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가 원외정당인 혁명21 황장수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브리핑을 통해선 "(법원 결정은)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등 상황과 방역패스 효과를 고려하면 공익이 더 크다는 논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앞선 두 신청건과 비교해 신청인의 변론 요지와 취지가 다르다. 앞선 신청인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백신 접종 강요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내세웠다면, 황 대표는 '생필품 구입에 상당한 불편함 초래'를 들었다. 재판부가 기각 이유로 '온라인으로 사시면 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방역패스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갈등이 불소통에서 비롯됐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아쉬운 대목이란 평가다. 정부는 법원의 결정 취지와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 오는 17일 코로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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