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앙꼬없는 찐빵과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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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연말연시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쪼개기 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송년회 등 연말 모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인원 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인원을 쪼개서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예약하는 것이다. 현행 거리두기 상으로 사적모임이 가능한 인원은 최대 4인이다. 인원수가 이를 넘길 경우 인원을 쪼개서 방을 두 개 잡거나 하는 것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쪼개기가 유행이다. 기업들이 사업부를 분리해서 별도 법인으로 만든 후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다 보니 기존 모회사는 ‘앙꼬없는 찐빵’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기업들의 쪼개기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회사를 쪼개는 방식에는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이 있다. 인적 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신설법인과 존속법인의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물적 분할은 기존 회사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갖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설기업의 지분을 100% 확보하고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물적 분할이 유리하다. 그래서 최근 분할에 나선 기업들 대부분이 물적 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핵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기업에 투자했는데 그 사업을 떼어내 다른 회사로 만들어 상장을 해버리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핵심 사업을 분리했기 때문에 기존 회사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해 손실도 떠안게 된다. 지난해 2차전지로 급등했던 LG화학은 최근 주가가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1월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63만원대로 떨어졌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상장 이후 2차전지 관련 수급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LG화학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처럼 배터리 부문을 떼어낸 SK이노베이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장중 32만75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주가는 22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말에는 20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을 분할해 SK온을 설립했다. CJ ENM도 지난달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사업의 주요 제작 기능을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주가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18만원대였던 주가는 순식간에 13만원대로 떨어졌다. NHN도 클라우드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4일 NHN은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NHN클라우드’(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지난 27일 주가는 9.87%나 하락했다.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개인투자자들은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가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 주가 하락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대선 후보들도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7일 기업 물적분할 후 상장시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 공정회복을 통한 선진화 공약을 발표했다.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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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기업들의 의무다. 기업과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이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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