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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주4일제' 파격 실험한다는데…우리는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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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아톰뱅크 등 주4일제 전환 화제
선진국 중심으로 도입 움직임 늘어
"직원들 열정 불어넣어" 생산성 증대에 주목
"워라밸 증진" vs "임금 줄어" 직장인 의견 엇갈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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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외국에는 주4일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는데…국내엔 아직 소식 없나요?"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직장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머지않아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주4일제 근무를 찬성하는 이들은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동생산성과 근로자 삶의 질이 증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4일제가 섣불리 도입되면 되레 초과 근무만 늘어나고 임금은 감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유럽·일본 등 '주4일제' 실험 늘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영국에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는 이달 초부터 주4일제 근무 돌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톰뱅크가 고용한 직원 430명은 이번 달부터 전원 1주일에 4일만 출근하게 됐다.


이로써 직원 1인당 주중 근무시간은 37.5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었다. 직원들은 월요일과 금요일 중 자신이 원하는 날을 골라 하루를 쉴 수 있다. 그럼에도 급여는 이전과 동일하다.

회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주4일제' 전환을 홍보하고 있는 영국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 / 사진=트위터 캡처

회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주4일제' 전환을 홍보하고 있는 영국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 /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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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주4일제 실험에 돌입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주로 유럽, 일본 등 기존 선진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올해 초 희망기업 200곳을 신청 받아 앞으로 3년 동안 주4일제를 시험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스페인 정부가 진보 정당 '마스파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추진됐다.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생기는 매출 손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페인 정부는 5000만유로(약 67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일본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도 지난 4월 주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일 매체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이 고려하고 있는 '선택적 주4일제'는 희망 직원에 한해 주중 4일 근무를 허용하면서 월급을 10~20% 정도 삭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민당은 노동자의 여가 시간을 늘려 인적 교류 및 소비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


"워라밸 충족" vs "초과 근무만 늘지도"


주4일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을 모두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주4일제 체제로 전환해 주목 받은 아톰뱅크의 마크 뮬런 CEO는 성명을 내고 "주4일제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열정을 불어넣을 것이며, 워크/라이프 밸런스(워라밸)를 충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전면적인 재택근무 전환 경험이 "현대 직장 생활에 대한 여러 미신들을 날려버렸다"며, 주4일제 또한 기존의 주5일제보다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확신했다.


국내에도 소수의 기업들이 주4일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교육기업인 '에듀윌'로, 에듀윌은 지난 2019년 '월 2회 주 4일 근무'를 도입한 이후 2년째 주4일제를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국내 교육 기업 '에듀윌' / 사진=에듀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9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국내 교육 기업 '에듀윌' / 사진=에듀윌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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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에 대한 직장인들의 의견은 엇갈린 상태다. 일부 회사원들은 "삶의 질이 증진될 것"이라며 반기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임금 삭감 등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A씨는 "3일 쉬고 4일 일하면 그만큼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씨(29)는 "처음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바뀔 때도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다 적응되지 않았나. 주4일제로 전환하는 것도 별 무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4일제가 '비공식 근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C씨(28)는 "쉬는 날에 업무가 안 끝났다는 이유로 메신저 메시지를 보내거나 추가 근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상 무급으로 초과 근무를 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며 "임금은 임금대로 깎이는 데 일하는 시간은 변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4일제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D씨는 "병원, 은행, 관공서도 주4일제를 할 텐데 그거 다 감수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서도 관심…주요 의제 자리 잡을까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점차 주4일제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주4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첫 군불을 뗀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달 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주4일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4차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면서도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신촌 스타광장에서 열린 주4일제 도입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신촌 스타광장에서 열린 주4일제 도입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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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주4일제를 내세웠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노동시간과 '월화수목금금금' 업무 형태는 시간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며 주4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했다. 노조·자영업자·중소기업·대기업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오는 2022년까지 구성하고, 1년 뒤인 2023년에는 일부 사업장에 실험 도입하며,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신노동법'을 만들어 오는 2027년까지 전국민 주4일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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