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장려한다는 세액공제, 정작 최신기술은 적용 못받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기술발전 속도에 견줘 조세제도가 따라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개발(R&D)을 장려하기 위한 공제제도가 제한적인데다 적용대상을 넓게 인정해주지 않아 정작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적용받기 힘든 처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를 조사해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설문에 답한 기업 10곳 가운데 8곳 이상(81.3%)은 최신 기술이 신성장기술에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게 신성장기술 세액공제제도다. 신성장기술은 기업규모에 따라 20~40% 세액공제를 받아 일반 R&D 세액공제(2~25%)에 비해 혜택이 크다. 신성장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시행령에 반영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문제다.
그린수소나 지능형반도체처럼 최신 기술이 신성장기술로 지정되지 않아 공제대상이 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수소로 앞으로 다가올 수소경제시대에 핵심이 될 기술로 꼽힌다. 차세대메모리반도체가 신성장기술로 세액공제 대상인데 반해 메모리반도체 가운데서도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지능형반도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 반도체부품 제조업체는 인공지능(AI) 핵심기술로 각광받는 지능형반도체 PIM을 개발중인데 일반 R&D 공제를 받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좋은 제도라도 활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 앞선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나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행령 개정은 주무부처의 담당부서에서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무원이 직접 하나하나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의는 "해외에선 공제대상이 되는 신기술을 폭넓게 인정, 세제지원도 유연히 적용한다"며 "중국에선 우대지원 대상을 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2015년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편법을 막기 위한 장치가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성장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따로 신성장 R&D 전담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선 같은 인력이 신성장R&D와 일반R&D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적용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설문에 답한 기업 70.5%가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미국·캐나다에선 ‘전담인력’ 같은 요건이 없고 실제 R&D 활동여부를 검증해 인력투입 시간에 따라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작년 일반 R&D 조세지원을 신청한 기업은 3만4000여곳인 반면 신성장 R&D 조세지원은 197곳, 0.6%로 매우 저조했다"며 "신성장 투자를 늘리자는 제도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력단절여성 채용 시 같은 업종 경력자인 경우만 공제받는다거나 신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설비투자는 제외되는 경우, 연구소를 갖춘 기업만 공제해줘 서비스업종 사업자는 불리한 점도 조세지원제도를 활용하기 어렵게 한다고 기업들은 답했다. 이밖에 특허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내부거래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부과받거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고 7년간 업종변경을 제한하는 제도, 배당을 사내유보로 보고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점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법상 규제로 불편이 큰 것으로 설문 결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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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현장의견을 수렴하거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제도를 살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조세제도는 특히 이해당사자가 많고 복잡해 개정이 쉽지 않겠지만 현장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기업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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