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잔상 남는 코미디"…'장르만 로맨스' 류승룡의 희극학개론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류승룡이 천만영화 '극한직업'(2019)에 이어 '장르만 로맨스'로 다시 한번 코미디 장기를 발휘한다. '장르'는 거들 뿐, 재치 있고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공감을 자아낸다. 이번에도 멱살잡고 달리는 류승룡이다.
류승룡은 5일 오전 진행된 영화 '장르만 로맨스' 비대면 인터뷰에서 "모든 관계의 시작은 로맨스"라며 "관계에 관한 희로애락을 표현한 작품이 좋았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다. 단편영화 '2박 3일'을 통해 제16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조은지 감독이 배우가 아닌 연출자로 선보이는 첫 장편영화다.
류승룡이 극 중 7년째 개점휴업 중인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 역을 맡아 전매특허의 유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그는 "지질하지만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를 통해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지' 하고 공감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인간 존중을 바탕에 둔 따뜻한 시선으로 솔직함, 용감함을 끌어낸다. 우리 인생은 따갑다. 생각대로 잘 안 되지 않나. 그와 같은 일상 속 피로감도 묻어난다"고 영화에 관해 설명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로맨스 소재를 통해 인간관계를 들여다본다. 류승룡은 "우리가 무심하게 던지는 말을 통해 상처 입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춘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며 "저 역시 그런 부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앞서 류승룡은 '남한산성', '광해' 등 묵직한 작품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극한직업'에서는 통닭가게 사장으로 위장한 형사로 분해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라며 능청스럽게 웃음을 전했다. '장르만 로맨스'에서도 어마어마한 코미디 내공을 발산한다.
"코미디로 한때를 풍미한 장인 장진 감독과 12편을 함께 했다. 그때 텍스트에서 배어나는 코미디를 체화했다. 이병헌 감독의 말맛도 장 감독과 닮아있다. 몸에서 나오는 디테일은 신인 때 공연하며 습득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을 5년간 하면서 해외 각국의 보편적 웃음 코드를 몸으로 익혔다. 당시 경험치들이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많은 분이 즐거워해 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
류승룡은 영화 장르에서 코미디를 연기하지 않았을 뿐, 무대 시절부터 오랜 공력을 쌓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생긴 코미디 철학도 있다.
그는 "휘발되지 않는 코미디가 좋다. 웃으면서도 잔상이 오래 남아 생각할 수 있는 코미디. 페이소스 짙은 블랙 코미디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류승룡은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후배 배우인 조은지의 감독 데뷔에 팔을 걷고 중심을 잡았다. 인터뷰에서도 감독을 아낌없이 응원한 그는 "조은지가 어제 시사회 끝나고 뻥 터지더라. 많이 울었다. 마르고 작은 어깨에 큰 짐을 묵묵히 진 채 항해를 해왔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배우 출신 감독과 함께한 촬영이 수월했다고 했다. 류승룡은 "보디랭귀지가 훌륭해서 감독 고유의 언어가 됐다. 아무리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알기 쉽게 표현해줬다. 완벽에 가까운 수준의 몸짓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김현은 최고의 작가이지만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쓰며 고뇌한다. 반면 거침없이 글을 쓰는 작가지망생 유진을 통해 그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류승룡은 "김현은 마감시간을 맞추고 양육비를 벌어야 하는 압박 속에서 글을 써야 하니 쉽지 않은 것"이라며 "틀에 갇힌 일상을 살면서 슬럼프를 마주한다는 설정에 공감했다. 배우로서 밤새 목이 쉬어가며 연기를 할 때면 처음 데뷔했을 때 초심과 열정을 떠올리곤 한다. 이젠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낼 수 없지 않나. 하지만 작품을 통해 그러한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경쟁을 이어가는 배우로 살면서 김현과 비슷한 부담감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화는 스코어(숫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성적이 저조할 때는 의기소침해지고 힘도 없고, 눈치고 보인다. 그럴 땐 '괜찮아. 잘하자' 자기최면을 걸지만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때는 나에게 선물을 한다. 평소 많이 걸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걸으면 굉장히 좋다. 또 다른 원동력은 아내와 아이들이다. 큰 힘을 얻으며 잘 추스르려 마음을 다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지침에 따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은 '백신패스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심야 시간대 영화를 편성하는 등 점차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영화를 선보이는 각오가 남달르다고 했다. 류승룡은 "예전에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몰랐다. 이제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큰 활력소였다는 걸 알게 됐다"며 "'장르만 로맨스'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포문을 열고 더 많은 사람이 소중한 이들과 영화적 경험을 함께 나누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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