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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종수정 2021.10.20 11:42 기사입력 2021.10.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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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로 본 K아트의 숙제

갤러리들 판매작품-가격 비공개
일괄 통보한 매출액 취합해 계산
VVIP중 극소수가 고가 샀다면
아트페어 흥행으로 볼 수 없어

VVIP티켓 구했어도 2순위
개막전 작품 구입한 VVVIP 고객있어
일반관객 '빨간딱지' 보며 박탈감
계급의식 키워 대중 공감 실패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장 전경.(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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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가 매출 650억원이라는 국내 아트페어 역사상 최고 성적으로 폐막했다. 흥행 요인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의 시장 진입, 아시아 미술시장 재편 과정에서 서울의 매력도 상승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역대급 흥행 분위기에 가려진 국내 미술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업계 고유의 폐쇄성과 정보 비대칭성 등 해묵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K-아트’는 그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전히 모호한 미술 통계… "신뢰 잃으면 호황도 끝나"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행사가 폐막한 지난 17일 오후 이번 키아프에서 매출 650억원을 달성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협회에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톱10 리스트를 문의하자 알려주기 어렵다고 했다. 갤러리들이 정확한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결과적으로 협회는 각 갤러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일별 매출을 취합해 전체 매출을 계산한 셈이다.


작품이 몇 점 팔렸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협회는 개막일이자 VVIP 관람일이었던 13일 하루에만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관람객 5000명이 방문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는 슈퍼컬렉터인 VVIP 10명이 각자 35억원짜리 작품 1개씩만 사도 달성하는 매출이다. 실제 20억~40억원으로 추정되는 무라카미 다카시나 조지 콘도의 일부 작품들은 개막 전과 개막 당일 매매돼 VVIP 통계로 잡혔다. 만약 5000명의 VVIP 중 단 몇 명만 소수 작가의 고가 미술품을 샀다면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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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로 운영되는 미술시장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주식엔 공시와 차트가 있고 부동산도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있다. 하지만 미술품에는 이 같은 기본적 통계자료조차 전무하다. 작가별 호당가격이 있으나 일반인은 알 수 없고 작품은 갤러리나 작가가 부르는 게 값이다. 한 미술품 컬렉터는 "A작가는 호당 가격 변화 없이 갤러리에서 작품가를 2.5배 올렸는데도 완판됐고 이를 근거로 최근 가격이 더 올랐다"면서 "미술시장이야말로 이른바 작전세력이 작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꼬집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미술시장의 활황을 설명하려면 정확한 통계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애매한 숫자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술시장 호황을 지속 가능케 하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그들’만의 리그

관람객들이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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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글로벌 흥행에 이어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 K-영화와 K-드라마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공통된 흥행요인 중 하나는 ‘승자독식 사회’와 ‘계급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다. 해당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나라를 불문하고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K-팝의 선두주자 방탄소년단(BTS)도 인종 차별과 혐오에 관한 비판적 메시지나 국적·언어 구분을 뛰어넘는 음악적 소통과 화합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K-아트’는 어떨까. 이번 키아프를 통해 또 한번 확인됐듯 국내 미술계는 오히려 그들만의 ‘계급의식’을 더욱 강화시켜 대중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오프라인 장터가 열렸던 2019년과 비교하면 관람객은 7%(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으나 미술시장의 이례적 호황과 ‘위드 코로나’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매년 수만명씩 관람객이 증가하던 과거 행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올해 미술시장 호황의 주역인 3040세대와 기존의 주요 컬렉터층인 5060세대를 적절히 융화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관람객들이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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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게 이번에 처음 도입한 VVIP 티켓이다. 이는 VIP보다 하루 앞서 미술품을 둘러보고 미리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대부분의 VVIP 티켓은 키아프에 출품하는 갤러리에서 풀렸다. 시중에 장당 30만원에 판매되긴 했으나 100장 한정으로 제한됐다.


문제는 어렵게 VVIP 티켓을 구했어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갤러리에서 ‘구매력’을 인정받은 슈퍼컬렉터들이다. 이들은 개막하기도 전에 주요 작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가상화폐시장으로 비유하면 코인 상장 전 선취매가 이뤄진 것이다. VVIP 티켓을 구매해 이번 키아프에 참여한 40대 컬렉터는 "VVIP를 구했지만 그에 앞선 VVVIP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갤러리와의 네트워크가 풍부한 주로 노령층의 슈퍼컬렉터가 개막 전 인기작을 다 쓸어갔다"고 허탈해했다. 일반관람 기간 키아프에 참여한 30대 직장인 이수연씨는 "갤러리에 걸린 작품 곳곳에 VVIP와 VIP가 이미 구입했다는 표시인 ‘빨간 딱지’가 붙은 걸 보니 박탈감이 들었다"면서 "판매로 인한 작품 교체로 기대했던 작품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고 잠재 고객으로 이어지게 하는 프로그램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온라인이나 변화된 미디어 환경 등을 통해 더욱 확장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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