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야놀자’ 정보 빼낸 ‘여기어때’ 10억 물게 된 사연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2016년 하순경 국내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선두주자인 야놀자 서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숙박업소 예약을 위한 고객의 접속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량 트래픽이 발생한 것. 원인 분석에 나선 야놀자는 대량 호출 신호를 감지하고 해당 IP 주소를 차단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결국 야놀자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IP를 이용해 야놀자 서버에 접속한 사람은 다름 아닌 경쟁사 여기어때의 임직원이었던 것.
판결문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야놀자의 모바일 앱이나 PC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휴 숙박업소 목록이나, 주소 정보, 가격정보 등을 확인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공유해 영업에 활용해왔다. 처음엔 영업전략 담당직원 A씨가 수기로 일일이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는데, 2016년 1월 영업전략팀장의 요청에 따라 야놀자로부터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동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크롤링)이 제작됐다.
여기어때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야놀자 모바일 서버에 접속, 야놀자가 제휴한 숙박업소의 이름, 주소, 객실이름, 요금, 할인금액, 입·퇴실 날짜와 시간 등 정보를 대량으로 복제한 뒤 이를 자신들의 영업에 활용했다. 야놀자가 올린 '최저가보상제' 등 이벤트 상품의 판매 개수를 확인하고 유사한 서비스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야놀자가 IP 주소를 차단해 접근을 막자 서버 전원을 껐다가 켜면 자동으로 IP 주소가 바뀌도록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취득한 불법 정보는 당시 회사 대표에게까지 보고됐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야놀자는 2018년 2월 권리침해금지와 함께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2부(부장판사 박태일 이민수 이태웅)는 지난 19일 여기어때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정보 등을 일체 복제·반포·보관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기어때가 2016년 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9개월여간 야놀자의 정보를 수집해 영업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여기어때의 불법행위는 인정됐지만 문제는 손해배상액의 산정이었다
재판에서 야놀자는 여기어때가 문제가 된 기간 벌어들인 수익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박계약이 체결됐을 때 데이터베이스 이용대가로 지급되는 숙박비의 30% 정도를 손해로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여기어때는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정보가 별다른 가치가 없고,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한 정보 수집방식은 매우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굳이 제휴 숙박업소 정보의 가치를 따진다면 한국콘텐츠미디어가 발간한 '전국 숙박업 2016년' CD의 가격인 17만4000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은 손해 액수를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을 증명하기가 극히 곤란한 경우"라면서도 야놀자가 이 같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들인 투자비용을 고려해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산정했다. 특히 야놀자가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비용을 지출하고, 수십억원의 인건비를 투입한 사정이 고려됐다. 야놀자 직원이 각 숙박시설마다 한달에 5회 내지 10회씩 제휴 숙박업소를 직접 방문해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점도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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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보통신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기어때 전 대표와 직원들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야놀자가 정보를 비공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과가 뒤집혀 무죄가 선고돼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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