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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퇴로막고 집 팔라는 정부…"매물잠김만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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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보유세 압박에도…매매 줄고 증여만 늘어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완화…다주택자 매물 유도해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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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을 팔면 양소득세로 예전보다 1억원을 더 낸다고 합니다. 정부는 자꾸 집을 팔라고 하는데, 그러면 집을 팔 수 있게 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올 상반기 부동산 증여가 30% 넘게 급증한 것은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정부는 ‘부동산 적폐청산’을 외치며 다주택자들을 향해 집을 팔라며 압박했지만 정작 시장 참여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최대 82.5%에 달하는 양도세 폭탄에 대한 공포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증여 열풍은 시장의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물 기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과감히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느니 물려주고 말지"= 시장에서는 부동산 증여 열풍의 기폭제가 된 것은 6월1일부터 시행된 양도소득세 강화 조치를 들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증여) 신청 증여인 현황' 자료를 보면 6월 이전 증여 러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 초 3만1000여명대이던 수증인 수는 6월 양도세 강화를 앞두고 3월 4만4412명으로 늘더니 4월 5만706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5월에도 4만7377명으로 큰 규모를 보이다가, 양도세가 강화된 6월에는 연초 수준인 3만1132명으로 내려왔다. 6월 이전에 집을 팔려면 1~3개월 전에는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 회피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앞서 6월 정부는 많은 부작용과 논란의 예고에도 양도세 강화 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라갔다. 3주택자가 첫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이 10억원을 넘는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82.5%를 세금으로 낸다. 10억원에 취득한 아파트 한 채를 매도하는 2주택자의 경우, 기존 양도세는 3억3216만원에서 4억352만원으로 7100만원가량 늘었다. 8억900만원에 한 주택을 18억원에 매도하는 3주택자의 경우에는 기존 6억1760만원에서 7억2350만원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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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로 돌아선 매물… 매물 씨마른 시장= 그 결과 아파트 매매는 물론 전·월세 거래도 씨가 마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4240건으로, 전달(5090건)보다 16.7% 감소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거래세가 올라간 영향으로 다주택자들은 차라리 증여를 택한 것이고, 그 결과로 매물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공급과 함께 다주택자는 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자인데, 양도세로 이들의 손발을 묶어버리면 매물이 잠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규제 완화해야 매물 출현"= 정부·여당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제 압박을 그러함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매물을 토해내도록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특히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대폭 축소했다. 이 법안을 2023년 1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히며, 2022년 말까지는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퇴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가 높을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팔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은 규제 대신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꾼들을 벌주려는 정책 의도와 달리,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양도세 강화를 오히려 한시적으로 유예해서 실수요자들이 활발히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시급하다"며 "양도세를 획기적으로 내려야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고 교수도 "양도세 폭탄으로 인해 잠긴 매물은 증여로 이전되고 있다"며 "거래세를 낮춰야 증여로 갈 매물이 매매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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