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세 개혁안, 시작부터 삐걱
EU 회원국 최소 7개국 반대 의사…저소득 계층에 타격 지적
英이코노미스트 "무역분쟁 촉발 불구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처 방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유럽연합(EU) 탄소세 개혁안 '핏 포 55(Fit For 55)'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험로를 예고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개 EU 회원국 중 최소 7개국이 개혁안 공개 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14일 개혁안이 공개된 직후 열린 EU 대사 회의에서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라트비아, 아일랜드, 불가리아가 향후 개혁안이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국가는 탄소세 개혁안이 비용을 늘려 기업 뿐 아니라 저소득 취약 계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EU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720억유로 기금 조성안도 개혁안에 포함시켰지만 일부 회원국의 걱정을 불식시키지 못 했다. 되레 기금 마련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 국가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유럽의회와 EU 각 회원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를 위해 탄소세 부과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현재 탄소 대책은 충분치 않다"며 "기후 위기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덴마크는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 초부터 자동차,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험운영하고 있다. 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ETS는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성공적인 조치였다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인 탄소국경세가 또 다른 무역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도 탄소세는 비용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세계 어디에서나 탄소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개혁안에서 수입품 중 EU 내 생산품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제품에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이른바 탄소국경세다. EU는 ETS를 운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EU 역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돼야 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이 자유 무역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며 탄소국경세와 같은 관세는 보호 무역주의를 위한 방편으로 자신들의 가치에 반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를 없애 상품 수입 비용을 줄이면 상품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혁신을 유발할 수 있다며 관세를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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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국경세를 지지한다며 그 이유는 오히려 아무 제재 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가 불법 보조금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탄소세는 보호 무역주의가 아니며 시장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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