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까지 목 졸라도 '뒷짐 구경'…가혹해지는 '학교폭력'
일산 중학생 '집단 괴롭힘' 영상 파장
지난달 광주 고교생, 학폭 시달리다 극단 선택
전문가 "방관자 아닌 방어자 만드는 교육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건물 앞에서 한 남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영상에는 또래로 보이는 여러 명의 학생이 피해 학생의 목을 조르고 성기를 만지는 등 가혹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최근 광주에서는 고등학생이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청소년 폭력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청소년들이 학폭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한 오픈채팅방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이 또래의 남학생에게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피해 학생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학생에게 목을 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피해 학생은 까치발을 들고 남학생의 팔에 위태로운 듯 매달려 있다. 그러다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다가가 성기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다른 학생들은 이런 모습 보면서도 뒷짐을 지는 등 지켜보기만 했으며, 이를 나서서 말리는 학생은 없었다. 이후 목을 조르던 손을 풀자 피해 학생은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영상은 끝난다. 이 영상은 건너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구대 경찰관은 이날 오후 4시50분께 영상 촬영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학생들을 만나 경위를 파악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피해 학생은 '친구들과 장난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피해 학생의 부모도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사부서로 사건을 인계하지는 않았다.
영상을 접한 시민들 사이에선 학폭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영상 속 상황은 절대 장난으로 볼 수가 없다", "목을 조르고 성기를 만지는 게 장난이냐", "장난이라고 진술했다고 수사를 안 하는 것도 문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14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당시 피해 학생이 '장난친 것'이라고 말한 것은 맞으나, 피해 학생의 부모가 확인 후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라며 "앞으로 경위 파악 등을 통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폭 문제가 나날이 수위가 높아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는 고등학생 A군이 학폭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A군이 소지하던 휴대전화에는 동급생에게 괴롭힘당하는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MBN이 지난 5일 공개한 이 영상에는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이 A군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끝내 A군이 정신을 잃자 가해 학생은 환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학생들도 덩달아 웃었다. A군은 결국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는 학생들이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폭력 예방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연구원은 "학폭이 발생해도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실제로 폭력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장난이라고 하면 처벌이 가벼워지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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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논란이 된 일산 지역 폭력 영상 같은 경우 장난으로 보기 어려우며, 특히 일시적인 행동이 아닌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피해를 본 영상 등 객관적 자료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 관점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 나도 저렇게 당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인지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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