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연내 금리 0.25%p 오를 것…부실대출 관리에 초점"(종합)
5대 은행장이 말하는 하반기 대출운용 전략은?
기준금리는 연내 1번, 내년 추가 1~2번 인상 예상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장은 올해 하반기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부실 대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4차 대유행으로 시기는 늦춰질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까지 맞물릴 경우 취약계층의 빚 상환이 어려워져 급속도로 부실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영업제한이 강화되면서 대출 상환 능력이 점점 취약해져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신규대출을 바짝 조일 예정이어서 대출 수요자들의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장들은 마이데이터,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와의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을 앞두고 선제적인 디지털 전략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뜨거운 감자’인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는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금리 인상 "부실 차단 사수"
14일 아시아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 및 경영전략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은행장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대출도 가계와 기업부문을 투트랙으로 나눠 운용한다는 전략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이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더욱 보수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선으로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겠다는게 공통된 입장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현실화 될 경우 가계 신용대출 내 다중채무자 위주 부실화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영향이 큰 차주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점검하며 고위험 차주군 신규 유입을 지속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코로나19 관련 잠재부실 현실화에 대비해 부실이 우려되는 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장기화 분위기 속에 국내은행의 5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이 0.32%로 전월말 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가계 부문 연체율이 모두 높아졌다. 은행장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실업과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할 경우 여신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조이기에 나섰던 대출 전략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차주 상환능력을 감안해 신규대출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여신에 대해 심사·금리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예상한 3분기 신용위험지수(18)는 2분기(10)보다 8포인트 높아져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 예고된 상황이다. 은행장들은 금리가 워낙 낮아 하반기 금리인상이 가계부문의 리스크를 급격하게 증가시킬 가능성은 작지만 금리인상이 단기간 여러차례 이뤄질 경우 내년 이후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중심으로 가계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0.25%p 인상"…코로나19 장기화는 변수
은행장들은 하반기 최소 1번, 내년 추가로 1~2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하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를 금리인상을 미루게하는 변수로 지적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서며 최다 기록을 갈아치고 있는데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들도 재확산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미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행보가 유동적으로 바뀐 상황이다. 권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질 경우 기준금리가 0.50%로 동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은행장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공통적으로 하반기 최소 1회, 0.25%포인트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내년까지 총 1~2차례의 금리인상으로 현재 0.5%인 기준금리가 1%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허 행장은 "경제 회복세를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 불균형 해소 필요성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월까지 1~2차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은행장들은 최소 연내 1회의 금리인상을 예상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자산버블, 높아진 물가상승률, 추경 등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등을 꼽고 있다. 권 농협은행장은 "저금리 구간 대출 증가폭 확대와 맞물린 자산버블 심화, 최근 3개월간 2%를 초과한 물가상승률, 경기회복 기대감 속에 채권수익률 상승 등 통화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시장지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코로나19 4차유행으로 당장 이달에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주열 총재가 연내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만큼 은행권은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경영 전략을 마련 중이다.
◆빅테크와 생존 건 경쟁 "닥공"
5대 은행장은 빅테크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올해 하반기 마이데이터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등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은 빅테크들과 생존을 건 혈투가 예상된다. 허 행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 비즈니스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 하반기는 마이데이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가속화와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으로 디지털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권 우리은행장은 "하반기와 내년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디지털 역량 강화"라며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서비스와 편의성·접근성을 대폭 개선한 상품 준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또 빅테크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은행이 스스로 사업분할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은행도 빅테크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환경에서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를 풀어 다양한 옵션을 은행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을 불러온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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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실명계좌를 발급하면 거래소에 대한 검증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분위기다. 박 행장은 "가상화폐가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거래소 제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권 행장도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에 대한 리스크가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에 대해서는 은행장들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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