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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전원일기'에서 찾은 지상파 드라마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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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전원일기'에서 찾은 지상파 드라마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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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가 암흑기에 접어든 지는 오래다. 이미 한참 전에 지상파로부터 드라마 왕국의 칭호를 넘겨받은 tvN, JTBC 등 케이블, 종편 채널이 계속 성장 중이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업체들까지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것과 비교하면, 침체 국면이 한층 두드러진다.


2021년 상반기도 어두운 소식의 연속이었다. SBS는 야심차게 준비한 대작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과 초유의 방영 취소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고, KBS와 MBC는 각각 '이미테이션', '오 나의 주인님'으로 지상파 드라마 0%대 시청률의 쓴맛을 봤다.

2021년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의 명예 회복은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는 흥미롭게도, 무려 40년 전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었다. 1980년 처음 방송해 2002년까지 방영되며 국내 최장수 드라마로 기록된 ‘전원일기(MBC)’가 그 주인공이다.


이 추억의 국민 드라마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드라마의 주류가 도회적인 감각의 트렌디멜로로 이동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 그 가치가 새롭게 환기되고 있다. OTT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재방영되면서 본방송을 지켜본 중노년 세대는 물론, 이 작품을 처음 접한 MZ세대의 호응까지 얻고 있는 추세다.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방영된 MBC 창사 60주년 특집 4부작 ‘전원일기 2021’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은 다큐멘터리다. 종영 2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배우들, 작가와 PD 등의 회고를 통해 이 전설적 작품의 역사적 의미를 환기한 다큐는 동시에 우리 시대가 상실한 ‘드라마 본연의 의미’까지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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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다. ‘전원일기’의 김회장(최불암) 아내 이은심을 연기했던 대배우 김혜자는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에서 바로 그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중요한 지점이라 짚었다. 요즘 드라마들이 갈등을 더 세고 자극적으로 키울 때, ‘전원일기’는 모든 인물이 ‘갈등의 잔해’를 줍고 수습하려 애쓰는 모습을 담아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사람의 어둡고 선하고 따뜻한 복합적 내면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배우의 말대로 ‘농촌드라마가 아닌 휴먼드라마’였다.


요컨대 이 ‘드라마 본연의 미덕’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지상파 드라마가 지향해야 할 가치다. 주 타겟층을 공략해야 하는 타 매체와 달리 보편성을 고려해야 하는 지상파는 공감과 소통이 필수 과제다. ‘전원일기’는 방영 당시 특정한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평범한 일상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관찰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펜트하우스2(SBS)', '오케이 광자매(KBS)' 등 올해 지상파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에 시달린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정작 ‘공감’과는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간광고가 7월 1일부터 허용되었고, KBS는 수신료도 인상했다. 그만큼 더 많은 공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제야말로 위기의 해답을 내부의 반성을 통해 찾을 차례가 되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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