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여성부' 출범 후 20년
예산 1조 이상, 여성·청소년 등 여러 업무 맡아
회의적 시선 여전…국민 10명 중 7명 '부정적'
野 대권주자들 "여가부 폐지해야"
"유명무실해" vs "여혐일 뿐" 시민들 갑론을박

대권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필요한가"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언급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권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필요한가"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언급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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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년 역사의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여가부 폐지론'을 거론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폐지론을 주장하는 측은 여가부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며, 국민의 지지 또한 낮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정부 부처를 무턱대고 폐지하는 것은 '극우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가부 폐지론'은 최근 국민의힘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처음 거론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필요한가"라며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담당하는 정책을 각 분야에 맞게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이 나눠 맡으면 더 효율적인 행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라며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한 정책 도입에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 또한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여가부 폐지는 여성정책 폐지가 아니다. 여성 정책은 모든 부처가 다 맡아서 하는 시대가 되서 여성부는 졸업해도 된다"며 "여성부가 계속 존치되니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문제보다 다른 문제를 다루는 부처로 변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에나 '여성부'의 출범이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며 "이제 여성부는 졸업해도 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야당 대권주자들의 주장에 대해 여당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여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꼬집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성평등 실현의 가치를 무시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1997년 12월19일 일산자택을 나서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이희호 여사.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여성부를 신설, 여성정책에 기여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1997년 12월19일 일산자택을 나서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이희호 여사.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여성부를 신설, 여성정책에 기여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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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여가부 존폐'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가부가 출범 후 20년 만에 위기를 맞이했다는 시각이 있다.


앞서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여성부가 처음으로 신설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여성가족부로 확대·재편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올해 기준 편성 예산 1조2325억원, 직원 수 약 260여명으로 디지털성범죄 및 여성 폭력 대응, 자녀양육 지원 및 가족 서비스,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등 여러 정책들을 맡고 있다.


이런 폭넓은 업무에도 불구, 여가부가 국민들로부터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 정부부처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답한 응답자가 72.3%에 이르렀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여가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것이다. 이 가운데 남성(71.4%)보다 여성(74.3%)이 여가부에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셧다운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가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입법이 이뤄진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무부처는 여가부다.


지난해 5월5일 청와대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아바타를 구현, 어린이들을 만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5월5일 청와대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아바타를 구현, 어린이들을 만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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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수면권 보장과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해 제정된 법이었으나, 최근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의 영향으로 만 19세 이용가 게임이 돼 반발이 일었다. 마인크래프트의 운영을 맡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셧다운제 적용 시간대에 특정 연령 유저를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하는 대신, 아예 셧다운제 적용 연령은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셧다운제' 사태를 두고 여성가족부를 겨냥해 "게임이 아니라 여가부를 셧다운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셧다운제' 사태를 두고 여성가족부를 겨냥해 "게임이 아니라 여가부를 셧다운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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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부 청년층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가부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들이 쏟아지면서 수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하 의원은 "무능력을 꼰대질로 극복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게임이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셧다운 돼야 한다"며 꼬집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여가부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IT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직장인 A(31) 씨는 "'셧다운제' 논란만 봐도 여가부의 유명무실함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게임 이용을 막는 것과 여성 인권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여성 관련 정책을 아예 없애자는 뜻이 아니라, 여가부가 하던 업무를 다른 부처에 옮기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20대 회사원 B 씨는 "여가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쓸모 없다고 치부하는 것도 여혐일 뿐"이라며 "여성 관련 복지뿐 아니라 가출 청소년 지원, 한부모 가정 지원 등 우리나라의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여가부다. 이런 부처가 갑자기 폐지되고 통폐합되면 당장 어려운 가정들은 어떻게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출범 후 20년을 맞은 여성가족부가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 사진=연합뉴스

출범 후 20년을 맞은 여성가족부가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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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가 국민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가 있다는 30대 직장인 C 씨는 "국민들이 여가부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다 보니 부정적 의견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여가부가 지원 사업 홍보나 국민들과의 홍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여가부의 유용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쇄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론이 불거지는 것은 젊은 세대, 특히 남성층 유권자를 노린 공약인 것도 있지만 여가부가 본연의 업무에 미흡했던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권에서 불거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태 때도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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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같은 회의적인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가부도 변화할 필요는 있다"며 "조직 기능의 재조정과 인적 구성의 변화를 통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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