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소구력 한계..與 ‘경제기본권’ 공약 후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이낙연 전 대표의 신복지 정책
정세균 전 총리의 씨앗통장 등
표심 못잡고 정책 심도 못 펴
포퓰리즘 공세..재원마련 등 난제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기본소득론’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자, 여타 경쟁자들도 유사한 개념의 복지정책을 제시하며 이른바 ‘기본소득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자 의제가 기본소득으로 수렴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자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논의 촉발자인 이 지사 스스로 기본소득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개념의 정책 자체에 ‘표심 소구력’이 약하다는 판단 그리고 포퓰리즘 역풍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 후보들이 관련 정책을 ‘폐기’했다기보다는 전략적 후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여권의 경제적 기본권 관련 공약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뿐 아니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복지 정책, 정세균 전 총리의 기본자산·씨앗통장 정책 등이 있었다. 경선 전까진 경쟁적으로 제기된 이런 정책들이 경선 국면에선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 지사는 7일 열린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100% 옳다. 이렇게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기본소득이 제1의 공약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기본소득을 공약 후미로 재배치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경선 국면에서 기본소득의 현실성·유효성과 관련한 논의와 논쟁 구도가 약화된 것이다.
이 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에 출마할 때도 ‘연 100만 원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걸었고, 지난해 경기도민에게 거주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며 기본소득을 ‘이재명표 정책’으로 내걸어왔다. 기본소득 정책의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소득(단기적으로는 반년에 50만 원, 중기적으로는 분기별 50만 원)을 지급해 ‘경제적 기본권’을 추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 지사 측은 기본소득을 ‘미래 의제’ 내지는 ‘공정한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단계적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권 경선에서 이 지사를 바짝 추격하는 이 전 대표 역시 기본소득의 ‘대항마’로 신복지 구상을 구체화하기보다는 토지공개념 3 법 개헌, 중산층 경제 등 별도의 어젠다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에도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 역시 당초 공약으로 내놓은 기본자산 대신 ‘반(反) 이재명 전선’을 만드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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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전략적 후퇴’가 중도층 표심 구애 측면의 선택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도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같은 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경험을 대선 주자들이 되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기본소득을 반대하며 당내 격론이 벌어진 바 있어, 이 지사 입장에선 경선 과정에서 친문과 대립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의식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보편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피로감만 야기할 뿐 표심 구애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 대선주자들도 관련 경쟁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의제의 성격 상 ‘남북통일’ 같은 목표처럼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라기보다 기조 혹은 방향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특히 경제적 기본권 관련 공약들에 대해 각 주자들이 정략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5년, 10년 등의 주기로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정책 검증을 받는 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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