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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패권과 韓외교]美中 협력적 경쟁, 韓 다자협력 경쟁력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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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 혹은 대결은 국제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다. 세계 그 어느 지역도 이 싸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미국과는 굳건한 안보동맹 관계를,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택일을 강요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관계가 어떻게 재설정되느냐에 따라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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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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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고정 필진인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 외교의 길’이라는 주제로 이메일 3자 대담을 가졌다.


△황재호 교수(이하 황)=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난 70여년간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국제 사회에 촘촘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요즘 행보를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 미국은 새로운 도전자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현재 미·중 관계는 신(新) 냉전의 초입에 있는 것일까.

△조지프 나이(이하 나이)= 일단 신 냉전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중 관계는 냉전 시기 미·소 관계보다 훨씬 상호의존적이다.


경제 분야 외에도 기후 변화나 전염병 같은 분야에서 생태학적 상호의존성을 가지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독단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완전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오히려 미·중 간 협력적 경쟁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


△자칭궈(이하 자)= 중국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계속해서 미국에 선의를 표명했으나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미·중 관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황= 중국은 미국처럼 자체 글로벌 가치와 모델을 만들어내려면 아직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동맹 불체결 정책을 견지하고 있지만, 동맹을 안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드는 것 아닌가.


중국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와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가.


△자= 중국은 다른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중국식 개발 모델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중국은 국가적 특수성에 기초해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구축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이것이 모든 국가들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다만 중국식 발전 모델은 다른 국가들도 자국 여건에 맞는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데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나이= 중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자신들의 연성 권력을 아시아 및 국제사회에 투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레닌주의 모델에 따른 엄격한 정당 통제가 시민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의 민족주의 부상과 중국몽(夢)은 좋은 수출 모델이 아니다.


△황= 미·중 관계에서 한반도 정책은 중요하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대화와 외교로 정해졌다.


하지만 제재 해제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과의 갈등은 여전히 상수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나이=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과 미국을 분열시키기 원하지만 이는 한국의 대외전략과 상치된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미국과의 분리를 경계해야 한다.


△자= 당분간 북·미 모두 현재 고수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 역시도 한국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열망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희망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선택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은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황=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중 외교전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대중국 관계를 고려해 쿼드(Quad·4국 협의체), 남중국해 등 문구 하나하나 중국이 공개적으로 직접 반발하지 않게 배려했다.


미·중 사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지만 양측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박과 딜레마도 상당할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자= 이러한 정책은 적정한 선에서 미·중 입장을 활용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미·중 모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의심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위험성을 수반한다.


한국 입장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최선의 외교적 접근 방식은 중립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중이 북핵문제와 같은 한국의 국익과 결부된 문제에 보다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나이= 한국은 중국의 국익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중국이 한국의 독립적인 행동을 제한할 가능성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신중 혹은 저자세로 중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외교적 대응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황= 한반도는 중국의 주권을 위협할 수는 있지만 핵심 이익은 아니며, 핵심 이익에 준하는 중요 이익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 중국은 안보와 경제 분야 모두에서 한반도를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은 물론 세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관련 국가들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중국은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역내 이해 관계자들 간의 대화와 협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이= 역사적으로 한국은 오랜 기간 중·일 같은 강력한 주변국 사이에서 지정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2차 대전 이후 동북아에서 영토 이익과는 거리가 먼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동시에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중국 변수가 계속될 것임을 고려할 때 한국은 중국을 완전히 소외시키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효과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황= 한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나. 선행 과제가 있다면.


△자= 한일이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 취할 수 있는 한 방법은 양국 간 역사문제를 외교관계로 끌어들이는 관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양국 간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가 가져다줄 이익이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은 민족주의 정서의 강화와 역사적 문제를 통한 갈등 심화보다는 협력적 관계가 양국에 이익이 될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황= 지금까지 바이든 외교에 점수를 준다면.


△자= 10점 만점에 6점을 주고 싶다. 취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올바른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대중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중 관계를 전략 경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전략 경쟁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나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연성권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황= 한국 외교가 한반도를 벗어나 글로벌 차원에서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외교는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나.


△나이= 한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민주주의 번영도 이뤘다. 한국은 현재 중국의 부상을 능가하는 발전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 세계 정치에서 중요성이 높아질 기후변화·전염병과 같은 중요한 생태 문제와 관련해 해결을 주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 특히 지정학적 세력 변화 속에 한국의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지역적·세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자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협력에 참여하게 되면 보다 용이하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지역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한국의 국익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차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국가정보회의 의장과 국방부 차관보를 담당했다.


2014년 외교 분야 권위지 ‘외교정책(Foreign Policy)’은 그해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관계 학계와 정책분야 인물 1위로 그를 선정했다.


나이 교수는 ‘국제분쟁의 이해’ ‘소프트 파워’ ‘권력과 상호의존’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 이어 2020년 ‘미국 외교는 도덕적인가(Do Morals Matter?)’를 출간했다.


◇자칭궈 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이자 중외인문교류연구센터 원장은 중국의 최고 외교 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베이징외국어대 졸업 후 미 코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드니대 교수, 브루킹스 연구소 펠로를 거쳤으며 2018년까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자 교수는 2013년부터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중국 3대 정치기구로 꼽히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대국이 왔다’ ‘상호구축: 굴기 중의 중국과 세계’ ‘공공외교의 이론과 실천’ 등이 있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는 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자문위원이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리=유인호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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