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시아초대석]정영애 장관 "군 성폭력, 지침 있었지만 작동 안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 중사 사건 매뉴얼 부재만 탓하기 어려워
중앙행정기관 등 2차피해 여부 점검
여성징병제 논란, 군 환경 등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젠더갈등 극심한 경쟁 탓에 불평등 이슈 민감해져
낙태죄 폐지 후 입법 공백, 건보 적용 필요·부처 협의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대담=이경호 아시아경제 사회부장, 정리=한진주 기자] "군대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관련 지침이 없어서가 아니라 작동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변화는 이뤄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부사관) 사건을 이렇게 진단했다.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까지 무력화시키는 군의 낙후된 의사결정 체계는 ‘매뉴얼의 부재’만 탓하기 힘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 장관은 "폐쇄적인 근무환경이나 상명하복식 계급문화의 특수성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기 어렵고 피해가 발생해도 외부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며 "국방부 내에서도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작동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쉽다"고 했다.

2015년 이후 국방부에서는 성폭력 관련 특별대책, 전담조직 신설, 실태조사 실시 등 제도나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하지만 실제 사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조직에서 필요한 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 정 장관은 "그동안 정부에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고 송구하다" 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군대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내 성폭력과 관련한 후속조치는.

△지난 16일과 18일 공군본부와 이 중사가 근무했던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여가부 권익침해방지과장을 단장으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법률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 공군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나 시스템 운영 등을 포함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 사항 등을 점검했다. 과거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현황 및 관련 재발방지대책 수립 여부, 폭력예방교육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권력형 성범죄는 여가부와 해당 부처가 함께 해결하도록 지침을 만들고 있다. 7월 말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방안’이행점검 시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2차 피해 방지 지침 제정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양성평등조직혁신추진단이 발족됐다.

△지난 17일 출범한 추진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관련 제도 개선, 진단도구 개발, 기관별 진단·자문을 지원한다.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과 수사기관에 의한 2차 피해 예방 교육 등도 한다. 특히 고위직 대상 예방 교육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장(長)뿐만 아니라 교육감과 각 공공부문의 부기관장, 실무 부서 부서장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검찰과 경찰, 근로감독관 등 수사기관을 대상으로는 여성폭력 사건 담당자를 대상으로 2차 피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사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

-군 관련 이슈로는 여성징병제 논란이 있다.

△청년 남성들이 가진 군대에서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징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군사적 효용성, 군 복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군 복무 여건이나 처우, 문화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성평등 문화가 자리잡은 곳에서 동등한 입대 기회를 주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나 우리나라에서 조건 개선 없이 평등을 논하기는 이르다. 전역 후 보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군 가산점을 재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젊은층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청년 세대들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줄어 좌절하고 있다. 2030세대의 젠더 갈등도 어려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본다. 젠더 갈등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20대 여성(64.1%)이 20대 남성(62.2%)보다 높지만 30대부터는 남성(91.0%)이 여성(64.3%)보다 훨씬 높다. 취업은 여성이 빠르지만 30대부터 역전된다.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가족과 학교, 직장 등에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 관행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기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남성들은 취업의 어려움과 극심한 경쟁 환경으로 인해 불평등 이슈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다. 여가부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고용, 주거, 1인가구, 자살 등에 대한 적절한 정책과제를 마련·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이 화두다.

△이대남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20대 여성들이 20대 남성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을 선호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이 낮아진 만큼 여성들의 지지율도 낮아졌다. 같은 추이로 움직이는데 20대 여성의 표가 줄어든 데에는 관심이 없다. 어떤 의도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현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낙태죄 폐지 이후 입법 공백 상태다.

△여성의 건강권, 재생산권,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조속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입법 전이라도 관련 지원의 공백이 없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 올해 3차례의 현장 관계자 간담회(2월)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위기 여성 대상 지원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임신·출산 관련 위기여성·청소년 상담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상담기관의 의견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임신·출산 매뉴얼을 관계기관에 보급했다. 여성의 의료 접근 장벽 해소를 위해 보편적인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이와 관련하여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논의를 하겠다.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에 필요한 정책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방송인 사유리씨 출산을 계기로 한 비혼 출산 관련 논의는.

△비혼 출산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다만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출산은 가족다양성 측면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정자 기증에 대한 상업화 우려, 기증받은 정자의 선별과 선택의 문제, 태어나는 아이의 권리 보호, 정자 기증자의 ‘아버지’로서의 지위 등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 관계부처 간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관련 쟁점에 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여가부는 존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가부가 가야 할 방향은.

△여성 권익만 담당하는 부처라는 오해가 있다. 그간 다문화·한부모가족, 위기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성평등 가치 실현과 청소년 성장·보호 등 여가부가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생색을 내기는 어렵지만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차별과 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보듬고 소통하며, 이들의 자립과 성장을 지원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 앞으로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이나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정책들을 꼼꼼히 챙기고 개선해 나가겠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