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경제회복 반갑지만…낙수효과 적어 'K-양극화' 확대
한국은행 '2021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수출 2.0%, 제조업 3.8% 성장할 때 서비스업은 0.7%성장
숙박 및 음식점업 전기대비 5.4% 감소
펜트업 소비 일어나도 마트·백화점 등 대기업으로만
영세 자영업자 타격은 여전
글로벌 경기회복에 원자재發 물가 급등
물가·금리부담 커지며 빚이 뇌관 될 수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1.6%)보다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생산 등 산업추이를 반영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부문별로 회복속도가 다르고 물가도 뛰어, 빚으로 연명하는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받을 충격은 성장률과 비례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면서비스 충격 여전한데 물가는 뛰어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상향조정된 것은 산업활동과 수출 등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다만 회복은 부문별로 차이를 보였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1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위주 회복은 두드러졌다. 제조업이 운송장비, 컴퓨터·전자·광학기기, 화학제품 등의 호조로 3.8% 성장한 반면,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0.7%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0.8%) 이후 마이너스 성장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제조업에 비하면 성장률이 0%대로 낮다.
도소매업은 자동차 판매업·백화점 등의 호조로 3.4% 성장했지만 숙박 및 음식점업은 전기 대비 5.4%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지친 국민들이 ‘펜트업(보복)’ 소비를 하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마트 등 대형 업체에서 주로 소비한 결과다. 음식점업 등은 코로나19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세자영업자가 경기회복을 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외에 금융 및 보험(2.6%), 정보통신(2.2%) 업종은 2%대 성장률을 이어간 반면, 문화 등은 2.3% 역성장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낙수효과가 약해진 만큼 수출이 잘 된다고 내수가 따라오지 않는 구조"라며 "체감적으로는 내수 쪽이 계속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뛰어 물가가 오르면 체감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6% 상승해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 교수는 "내수는 회복되지 않은 채로 물가가 오르면 체감경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포괄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도 1분기에 2.6% 상승하며 지난 2017년 3분기(3.7%)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분배지표 호조에 한은 "경기순환적 요인이 커"
한은은 이날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이 67.5%로, 2019년(66.4%) 대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조정된 결과다. 시장의 기능이 아닌 정부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와 관련해 경기가 어려울 때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의 영업잉여는 줄어들었는데 인력은 유지하고, 근로자도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임금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분배율이 개선된 것은 임금 하락이 덜했고, 정부 재정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는 다만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1분기와 작년, 2019년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데 대해 ‘트리플 레벨업’이라고 추켜세웠다. 노동소득분배율에 대해서도 "고용 유지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피용자보수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한 데서 기인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881달러(원화 3762만원)으로 미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줄었다. 2년 연속 하락세다. 다만 환율이 1% 넘게 올랐기 때문에 원화 기준으로는 0.2%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늘어난 빚… 금리인상시 뇌관 될 수도
부문별 격차는 여전하지만 지표상 경기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이르면 3분기에 올릴 가능성도 커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접종 속도 등을 고려하면 2분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일반적 경기침체가 아닌 바이러스 영향으로 경제가 쪼그라들었던 만큼 과거 경기변동과 다른 형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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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과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올리면 가장 큰 뇌관은 이미 불어나 있는 빚이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하 교수는 "가계·소상공인 빚은 꾸준히 늘고 있어 리스크 요인"이라며 "만약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빚 부담이 커진다고 하면 재정정책을 써서 빚을 갚을 여력을 높이도록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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