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반중정서, 이해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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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국적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4월26일 입법예고된 국적법 개정안은 영주권자의 국내 출생 자녀, 즉 2대째 한국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한국 국적을 준다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새로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은 3930여명 정도다.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 등 2, 3대에 걸쳐 국내서 출생한 영주권자 등이 국적 취득 대상이다.


당장의 대상은 5000만 인구의 1만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나온 이틀 뒤인 4월28일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청원인은 글에서 ‘대한민국은 혈통주의의 전통을 통해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해나갈 것’ ‘우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융화돼 자국의 문화를 흐리고 그들이 한국인으로서 함께 살아갈 것을 원치 않는다’ ‘외부의 침투로부터 한민족으로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자 노력할 것’ 등을 주장했다. 호불호가 있을 듯 보였지만 정치권도 여론전에 가세하고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 ‘중한민국(中韓民國)이 될 판이다’ 등 반중(反中)정서가 기름을 부었다. 4월28일 마감된 청원에 31만7013명이 동의했다.

법무부가 △혈통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국(중국)의 비중이 추후 완화될 것이며 △국민으로서 의무도 모두 부담한다고 하는 등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개정안의 추진시점, 찬성 패널로만 짜여진 공청회, 미흡한 해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가.


국내 대기업과 중국 측이 합작해 강원도에 추진키로 한 ‘한중문화타운’은 67만명이 청원하면서 지난 4월 ‘사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사업자 측은 제주도 신화월드, 경기도 쁘띠프랑스, 충남 지중해마을, 경기도 몽골문화촌, 경남 독일마을 등과 차별화하고 한국과 중국의 인기 있는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테마형 관광단지를 구상했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대한민국의 작은 중국’ ‘강원도의 중국화’ 등의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사업 참여기관들이 "차이나타운은 오해"라고 했지만 이 역시 반중정서를 극복할 순 없었다. 지금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중국과 관련된 국내 사업을 중지 또는 철회하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반중정서가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 시카고 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CCGA)가 4월 공개한 여론조사(한국의 한국리서치가 설문을 수행)를 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0∼10점)는 평균 3.6점이었다. 북한(3.5점), 일본(3.7점)과 비슷하고 미국(6.4점)보다도 낮았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4.8점이었으니 2년 새 많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안보와 관련해 중국을 파트너(12%)로 생각한 응답보다 안보 위협(83%)으로 생각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경제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은 60%로, 경제 파트너로 본다는 응답(37%)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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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정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이슈로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고 반중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일대일로와 중국몽, 동북공정 등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는 시도와 반중정서는 비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책임이 크다. 반중정서가 극단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전체주의로, 이민자와 외국인,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다. "화교 출신들과 뒤섞여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한 전직 국회의원의 말이, 거칠고 과장된 표현임에도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경호 사회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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