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만으론 가난 탈출 못해" 팍팍한 청춘들, 주식·코인으로 몰렸다
대학생 25%는 코인 투자 경험
청년층 코인 열풍…신규 계좌 10명 중 6명이 2030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빚투'와 유사한 면도
"뒤처질까 불안", "코인 정도면 건전"
저임금 높은 집값 등 미래 불안…코인·주식서 대안 찾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최근 투자 공부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에는 주식 투자를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금융 소득을 통해 윤택한 생활을 꿈꾼다는 김 씨는 "근로소득에만 의지해서는 평생 가난을 탈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난 뒤 투자를 결심했다"라며 "지금은 '시드머니(초기 자본금)'가 적은 편이지만, 앞으로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2030 세대가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빚투' 등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 가운데 청년층이 지속해서 투자에 열광하는 것은 높은 주택 가격, 저임금, 고용 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만으로는 빈곤을 탈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고(高) 리스크 투자'로 이끄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고위험 투자수단이라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젊은 세대가 근로소득의 대체재로 여기고 있다며 분석했다.
◆신규 코인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 세대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대학생 회원 1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25%(약 437명)는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답변했다. 청년 4명 중 1명은 소위 '코인 열풍'에 동참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이들이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33%), 낮은 진입장벽(31%), 계층 상승 기회(15.1%) 등을 이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은 가상화폐 투자의 '큰 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신규 실명 계좌 설립자 249만5289명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32.7%(81만6039명), 30.8%(76만8775명)로 나타났다. 신규 가상화폐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 세대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는 2030 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요 정치 안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에 대해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고 언급하자, 2030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하루 뒤인 같은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내로남불이다. 아랫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로 나오는 게 한국을 망친 어른들 공통점"이라며 "선배들은 부동산 상승의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자산을 축적했는데, 이제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를 쏟아낸다"라고 비판했다. 청원은 현재 청와대 답변 기준인 동의 20만건을 돌파한 상황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과 닮은 꼴
2030 세대의 코인 열풍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연상하게 한다는 시각이 있다.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주식시장 타격으로 지난해 3월 한국 유가증권시장 코스피(KOSPI) 지수가 1600선까지 내려앉자, 일부 2030 세대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대거 유입된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외국인이 떠난 코스피를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상황을 외세의 침략에 맞서 민초들이 저항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렀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코스피 지수는 24일 기준 3140대까지 회복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 당시 일부 신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무리하게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9조2133억원이었던 신용거래 융자 잔고(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 주식을 구매한 금액)는 약 2개월 만에 10조3726억원으로 1조원 넘게 늘었다.
◆"나만 뒤처질까 두렵다" 주식·코인 몰리는 2030
2030 청년층은 빚을 내서라도 주식·코인 등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불안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A(29) 씨는 "요즘 회사에서든 친구들과 만나든 다 주식, 코인 이야기밖에 안 한다"라며 "평소 투자에 관심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다 하다 보니까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어 주식용 계좌를 새로 개설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2) 씨는 "앞으로 물가, 집값 등 모든 게 가파르게 치솟는 시대가 오기 때문에 현금만 쥐고 있지 말고 어디에든 투자하라는 직장 선배 말을 들었다"라며 "솔직히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서 월세와 생활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지 않나. 노동에만 의존하면 영원히 가난에서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아 투자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C(29) 씨는 "워낙 등락폭이 가파르고 위험성이 있는 투자라서 겁이 나긴 하지만, 생활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코인에 돈을 넣고 있다"라며 "위험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많다는 뜻이다. 코인 투자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빚내서 집 사는 투기꾼들이 넘치는 와중에 코인 투자 정도면 오히려 건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으로써의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젊은 세대는 안정적인 노동소득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대체재로 가상화폐에 투자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스탠포드대 교수는 최근 미 매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여전히 정상적인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단계 사기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가상화폐에 먼저 투자한 사람만 막대한 이익을 얻을 뿐,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은 대부분 손실을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비트코인이라면 이미 일상생활에 파고들었거나 존재감이 없어져 이미 사라졌어야 했다"며 "가상화폐가 생명력을 유지하든 말든 별로 큰 상관은 없다. 의미 있는 효용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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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고위험 수단"이라면서도 "안정된 일자리를 통해 노동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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